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지원하는 학생이 일반고에 이중으로 지원하지 못하도록 한 법령의 효력이 이와 관련된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정지됩니다.
헌법재판소는 어제(28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자사고 지원자들이 일반고에 이중 지원하지 못하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1조 5항의 효력을 헌재의 종국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제81조 5항은 시·도 조례로 정하는 지역(이른바 '평준화' 지역) 후기학교에 입학하려는 학생이 2개 이상의 학교에 중복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조항입니다.
이 조항에서 헌재가 효력을 정지한 부분은 중복 지원이 가능한 대상에서 '자사고는 제외한다'고 한 부분입니다. 후기학교에 입학하려는 학생이 자사고와 일반고를 이중지원하지 못하는 법령은 헌재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시행되지 못합니다.
고등학교는 입시 일정에 따라 통상 8∼11월 학생을 뽑는 전기고와 12월에 뽑는 후기고로 나뉘는데 과학고·외국어고·국제고·자사고 등은 전기에, 일반고는 후기에 입시를 치러 왔습니다.
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우수한 학생을 선점해 고교서열화를 심화시킨다고 보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올해 말부터 이들 학교가 후기에 일반고와 신입생을 같이 뽑도록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원자는 일반고에 이중 지원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이들 학교 지원자는 입학전형에 불합격할 경우 지원하지 않은 원거리 일반고에 추가 배정을 받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에 자사고 이사장들과 자사고 지망생 등은 정부의 결정이 헌법상 평등권과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 학생·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지난 2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효력정지 가처분신청도 함께 제출했습니다.
헌재는 "본안심판이 명백히 부적법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자사고 지망생들의 학교선택권과 자사고 법인의 사학 운영의 자유가 침해되는지 여부 등이 본안심판에서 심리를 거쳐 판단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더라도 불이익을 감수하지 못하면 자사고 지원 자체를 포기하게 되고, 그럼에도 지원한 학생들은 불합격 시 일반고를 진학할 때 해당 학교군 내의 일반고에 진학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를 입을 수 있고, 2019학년도 고등학교의 입학전형 실시가 임박한 만큼 이를 방지할 긴급한 필요도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헌재는 "가처분신청을 인용했을 때 시행령 개정으로 이루고자 하는 입법 목적 달성의 효과는 감소하지만, 종전과 같이 자사고에 불합격한 학생들에게 후기 일반고 지원 기회를 주면서 자사고와 일반고 중복지원을 금지하는 제도의 시행을 본안심판의 종국 결정 때까지 미루는 것에 불과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선발 시기를 일원화한 것 자체는 문제가 없어 보이므로 올해 자사고·외고·국제고 선발은 예정대로 후기에 진행한다"며 "중복지원 금지와 관련해 지원·배정 방법 등을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헌재의 이번 가처분 인용이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의 학생 선발 시기를 일반고와 일원화해 학생들의 선택권을 축소하기로 한 정부의 정책에 제동을 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학생들의 선택권을 축소하는 핵심적 수단인 '중복지원 금지'가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고 헌재가 지적한 만큼 정부로서는 정책 자체를 재검토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입니다.
당장 고입을 준비해야 하는 교육현장은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입니다.
입시정보 카페에서는 올해
누리꾼들은 "원서 쓸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정말 혼란스러움의 절정", "변화하는 정책에 맞춰 고심 끝에 마음 정리했더니 정책이 유예되는 것이냐"며 "자식이 하나기에 망정이지 애 둘 키웠다가는 말라죽겠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