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 이상철 기자] 결국 러시아에서도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눈물을 봐야 했다. 꾹꾹 참던 눈물이 터뜨렸고, 좀처럼 마르지 않았다.
손흥민은 24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멕시전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집중견제에도 그는 골키퍼 오초아를 여러 차례 위협하더니 후반 48분 그림 같은 슈팅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 알제리전에 이어 2회 연속 월드컵 득점이다. 두 개 대회에서 잇달아 골을 터뜨린 것은 유상철(1998·2002년), 안정환(2002·2006년), 박지성(2002·2006·2010년)에 이어 손흥민이 네 번째다.
↑ 손흥민은 24일 오전(한국시간) 멕시코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2차전을 마친 후 눈물을 흘렸다. 사진(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옥영화 기자 |
손흥민의 골은 의미가 컸다. 한국축구의 자존심을 세웠다. 2014 브라질월드컵 벨기에전부터 골 가뭄에 시달렸다. 288분의 침묵을 깼다. 그리고 실낱같은 16강의 희망을 키우는 한 방이었다. 두 골 차 이상이라는 조건 없이 무조건 독일을 이기기만 해도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지만 손흥민은 펑펑 울었다. 이번에는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스웨덴전에 이어 멕시코전까지 패하자 그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 후 선수대기실을 찾아 격려했을 때도 손흥민은 울고 있었다.
손흥민은 “미안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반복적으로 말했다. 그는 “최선을 다했는데 미안하다. 내가 좀 더 일찍 해결하고 더 잘했어야 했다. (주세종, 문선민, 이승우, 황희찬 등)월드컵 경험을 해보지 못한 선수들이 정말 잘해줘서 고맙다. 그리고 팀원으로 많이 미안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다시 눈물을 흘린 것에 대해 “(이번 대회만큼은)안 울려고 노력했다. 후배도 있고 내가 위로해줘야 할 위치다. 그렇지만 아쉬운 건 아쉽다. 국민께 죄송했다. 조금만 더 했다면 어땠을지, 그 죄송함에 눈물이 흐르더라”라고 이야기했다.
손흥민은 스스로를 채찍질 했다. 그는 “후배들은 정말 잘해줬다. 내가 그 나이 때 그리 잘했을까 싶다. 내가 주장인 (기)성용이형의 짐을 나눠 들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성용이형에게도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월드컵도 손흥민에게는 공포의 무대다. 여전히 무섭기만 하다. 손흥민은 “월드컵이 참 어렵다. 누가 못하려고 하겠는가. 실점할 수밖에 없다. 나도 수비를 잘 못한다. (수비수들이)잘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나온다. 두 번째 실점은 멕시코 공격수(치차리토)가 잘한 것이다. 하필 그게 또 현수형이었다는 게 미안하다”라고 했다.
손흥민의 두 번째 월드컵도 곧 끝날지 모른다. 오는 27일 오후 11시 카잔 아레나에서 벌어지는 독일과 3차전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 더욱이 멕시코가
손흥민은 “강팀을 상대로 끝까지 노력했는 데도 안 된다면 능력이 부족한 거다. 16강 진출 유무를 떠나 최선을 다해 국민께 희망과 즐거움을 주는 게 (국가대표의)의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