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흔드는 親노조청구서 (下) ◆
금융당국 개혁 방안을 논의 중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 권고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를 금융권으로까지 확대하되 근로자가 직접 이사회에 참여하기보다는 근로자가 추천하는 제3자를 이사회에 포함시키는 방안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혁신위는 전날 저녁 늦게까지 이어진 회의에서 금융권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혁신위 관계자는 "금융사 사장들이 이사들을 자기 사람으로 채우거나 외부에서 낙하산이 내려오는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근로자 추천 이사제 추진을 검토하는 안을 논의하는 중"이라며 "다만 대상의 범위와 방법들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있고 반대하는 위원들도 있어서 최종안에 포함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혁신위는 다음달 초 한 번 더 회의를 하고 12월 중순까지 최종 권고안을 낼 계획이다.
금융권에서는 혁신위 권고안에 근로자 추천 이사제가 포함될 경우 KB금융을 시작으로 불붙기 시작한 노조의 경영 참여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한다.
지난 20일 열린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는 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여기에 KB금융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금융위는 국책은행이나 금융공공기관 등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에 근로자 추천 이사제를 우선 도입하고 민간 금융회사에는 주주제안 제도를 적극 활용하도록 하는 수준으로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KB금융의 경우 국민연금은 찬성했지만 외국인 주주들이 반대해 부결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권고안에 담길 경우 입법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지만 정부가 추진하더라도 결국 법제화는 국회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한편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 논의는 일반 민간 기업으로도 확산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이사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건 데 이어 상장기업 상당수의 대주주 자격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이번 KB금융 주총에서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