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비’는 30년 내공의 프로 사고뭉치 인규(김성균 분)와 그를 24시간 케어하는 프로 잔소리꾼 엄마 애순(고두심 분)씨가 머지않은 이별의 순간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다.
45년 연기 내공의 고두심과 충무로 대세 배우 김성균이 모자(母子)로 만나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만 봐도 슬픔의 정도가 가늠된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샘을 자극한 대목은 예상치 못한 결말과 이별이 아니었다.
예상 가능한 이야기 속에서도 듣기만 해도 눈물나는 ‘엄마’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그려냈다.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이 홀로 설 수 있게끔 세상과의 이별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엄마의 모성애와 생소한 죽음 앞에서 엄마를 위해 애써 미소짓는 인규의 모습은 가슴 깊숙한 곳까지 진한 감동을 퍼트렸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감동 포인트는 다양했다. 모자(母子)의 절절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지적장애인 동생 때문에 늘 가족의 관심에서 벗어났던 애순의 딸 문경(유선 분)의 쓸쓸함과 외로움 또한 보는 이들의 짠함을 유발했다. 여기에 장례식장에서 오열하는 문경의 모습이 미소짓는 인규와 대비되면서 생전 애순과의 관계를 떠올리게 했다. 그러면서 다소 거리감 있던 모녀(母女)가 늦게나마 서로의 마음을 헤아린 듯해 애절함을 더했다.
‘채비’의 중심에는 고두심의 열연이 있었다. 그동안 다양한 엄마로서 대중들과 만났던 고두심은 ‘채비’를 통해 다시 한 번 국민엄마의 저력을 과시했다. 프로 잔소리꾼 애순을 통해 도통 감기지 않는 눈을 억지로 감아야만 했던 시점에도 남아있을 자식 생각을 하며 온갖 사랑과 정성을 퍼부었다. 24시간 돌봐야 하는 인규를 혼자 두고 어찌 떠날 수 있을까. 애순은 가슴이 미어지지만 턱 끝까지 차오르는 눈물을 쏟아내는 대신 속으로 삼켜야만 했다. 그렇게 고두심만의 독보적인 연기력으로 무한한 모
영화는 누구나 겪는 이별 이야기를 조금 특별한 모자(母子)를 통해 울고 웃게 만들었다. 언젠가 닥칠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에게 각자만의 방법으로 이별의 과정을 이겨내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그려 공감을 이끌어냈고, 마음 한 켠에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