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정재훈(37)은 끝내 그라운드로 돌아오지 못했다. 박용택의 타구에 오른팔을 맞았던 2016년 8월 3일 KBO리그 잠실 LG전이 그의 현역 마지막 경기가 됐다.
그를 괴롭힌 것은 팔이 아니라 어깨였다. 우측 팔뚝 전완근 골절 수술 후 그는 한국시리즈 준비에 전념했다. 하지만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 연습경기에서 투구를 하다 오른 어깨 회전근을 다쳤다. 공을 던지는 순간 ‘두둑’ 소리가 났다
정재훈은 이후 재활에 매진했다. 2017년 정재훈의 공식 기록은 없다. KBO리그는 물론 퓨처스리그에서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훈련에서도 제대로 피칭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두산 정재훈은 건강하게 돌아와 마운드에 서고 싶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정재훈은 은퇴를 결정하기까지 고심이 컸다. 어깨 부상은 다른 부위보다 예민하다. 다시 예전 같이 공을 던질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더욱이 정재훈은 1980년생. 곧 40대다. 미래는 불확실했다. 결국 정재훈은 은퇴를 결심했다. 그는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라고 은퇴 심경을 밝혔다.
정재훈은 지난해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 축하연에 동료들과 있었다. 동료들은 모자에 그의 등번호 41번을 새기고 정상을 밟았다.
“고맙게도 우승 반지가 벌써 2개다”라며 멋쩍게 웃던 정재훈은 “내년에는 꼭 현장에서 V6을 달성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그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두산은 KIA에게 왕좌를 내줬으며, 그 현장에 정재훈은 없었다.
정재훈은 2003년 두산에 입단했다. FA 장원준의 보상선수로 2015년 롯데 유니폼을 입은 것이 유일한 ‘이적’이었다. 1년 뒤 그는 2차 드래프트로 두산에 돌아왔다.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세이브(2005년) 및 홀드(2010년) 타이틀도 수상했다. 두산 소속으로 세이
준우승만 4번. 우승의 현장에 그는 번번이 없었다. 그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그보다 그가 진짜 원했던 것은 다른 것일 수도 있다. 건강하게 돌아와 다시 마운드에 서서 공을 던지고 싶었을 그의 바람도 이뤄지지 않았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