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법 당국이 고베제강에 고객자료 요출을 요구하는 등 품질 데이터 조작 관련 조사를 본격화한 데 이어 유럽연합(EU)에서도 고베제강 제품 사용 중지를 권고하고 나서는 등 파문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EU 항공안전청(EASA)이 지역내 항공관련 기업들을 대상으로 고베제강 제품 사용실태 조사에 나서며 추가적인 사용을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산케이신문이 19일 보도했다.
고베제강은 기준미달 제품의 품질 데이터를 조작해 정상품인 것처럼 고객사에 납품해왔다. 초기엔 일부 제품에서 최근 수년간 제한적으로 발생한 문제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전 제품에 걸쳐 수십년전 부터 데이터조작이 조직적으로 이뤄졌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EASA는 고베제강 제품의 안전성에 대해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사용중지 권고 이유를 설명했다. EASA에는 현재 28개 유럽연합 회원국 외에도 스위스, 노르웨이 등 총 3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EU 차원 조사에서는 항공기엔진을 생산하는 영국 롤즈로이스가 고베제강으로부터 6개 제품을 공급받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 등도 관련 제품 사용 여부를 자체 조사 중이다. 앞서 미국 법무부는 데이터 조작 제품을 사용한 기업들 명단을 제출해 줄 것을 고베제강에 요구했다.
고베제강 사태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충격은 회사채 가격 급락 등 금융시장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고베제강 회사채는 총 1760억엔 (약1조7600억원) 규모다. 고베제강의 데이터 조작 사태가 불거진 8일 이후 현재까지 연일 하락해 2025년 만기물의 경우 가격이 20%가량 떨어졌다.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역시 이달 들어 폭등했다. 10월 초까지만해도 1% 미만이던 고베제강의 CDS 프리미엄은 19일 현재 4.17%까지 치솟았다. 이는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도시바(2.50%)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고베제강의 신용위험이 그만큼 커져싸는 얘기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파생상품으로 부도 위험이 크면 그만큼 보험료(프리미엄)가 오른다.
고베제강 교환사채(EB) 상품을 만들려던 일부 증권사 등은 상품 출시 계획을 접었다. 일본 신용평가사들도 고베제강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착수한 상태다. 주요 주주들의 이탈도 가속화되며 고베제강 지분 5.23%를 보유하던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은 지분율을 3.03%까지 낮췄다고 밝혔다.
2년 연속 영업적자인 고베제강은 2016년 회계연도(3월결산)에만 310억엔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흑자 전환을 자신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회사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
한편 자격이 없는 직원들이 완성차 최종 품질검사를 맡은 것이 문제가 돼 116만대 리콜을 실시한 닛산 역시 추가적인 악재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공식 사과 후에도 무자격자의 품질조사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드러난데 이어 대응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회사 측에서 대책이라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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