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박스권에 갇힌 원유·달러 시장에서 유일하게 파생상품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게 '레버리지 원유 상장지수증권(ETN)'이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원유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해서 지수가 오를 때 두 배를 벌 수 있게 만들어졌다. 이 상품은 지난해 6월 신한금융투자가 첫선을 보였으나 바로 이어 7월에 출시된 삼성증권 상품이 하루 평균 두 배가량 많이 거래된다. 삼성증권은 환노출형, 신한금융투자는 100% 환헤지형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을 택하는 고객들의 의견을 미리 듣고 환노출을 택한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9월 상장된 '삼성 인도 니프티50 ETN'도 비슷한 경우다. 인도 증시가 급등하고 있는데 투자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환율이었다. 인도 루피아화 변동성이 워낙 커서 주가가 오르더라도 수익률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것. 이런 우려의 목소리를 미리 듣고 환헤지형을 내놨더니 투자자들의 호응이 대단했다. ETN 시장에서 개별 국가지수 연동 상품으로는 중국 다음으로 많이 거래되는 상품이 됐다.
최근 삼성증권이 상품 개발에서 숨은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상품이 인기를 끌 뿐만 아니라 최근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 실태조사에서도 증권사 중 유일하게 만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업계 1위 미래에셋대우를 따돌리고 1년 만에 1등으로 올라선 것이다. 유독 삼성증권만 잘나가는 비결은 뭘까. 삼성증권이 이렇게 상품 분야에서 앞서갈 수 있었던 건 상품 개발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에 선제적으로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 실태조사를 뜯어보면 크게 10개 부문별 평가로 구성돼 있다. 각 항목에서 양호-보통-미흡의 3단계 평가가 이뤄지는데 삼성증권이 10개 항목에도 모두 만점을 받은 것은 7번(상품 개발 과정의 소비자 보호 체계)에서 점수를 땄기 때문. 상품 판매 단계나 판매 후에 소비자 보호에 나서는 게 아니라 상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소비자 의견을 반영했는지가 이 항목의 핵심이다. 이 항목에서 '양호'를 받은 증권사는 삼성증권이 유일하다. 소비자 의견을 상품 설계 단계에서 미리 반영한 덕분에 결과적으로 상품도 잘 팔리고 소비자 보호에서도 점수를 딸 수 있었던 것이다.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