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은 일단 표면적으로는 "경영권 분쟁은 없고 앞으로도 함께 회사 경영을 잘해 나갈 것"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보이지 않는 견제와 주도권 잡기를 위한 물밑 다툼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30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TB투자증권 경영을 둘러싼 갈등의 시발점은 지난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동경영 파트너를 물색하던 권 회장이 부동산 투자로 명성을 날리던 당시 다올인베스트먼트 사장이었던 이 부회장에게 공동경영을 제안한다. 이 부회장은 같은달 30일 금감원에 KTB투자증권 지분 5.8%(409만9679주) 보유 사실을 알리고 "우호적인 경영 참여 목적"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 부회장은 4개월 뒤인 같은 해 7월 28일 임시주주총회에서 교보증권 IB본부장 출신인 최석종 사장과 함께 공동대표이사에 오른다. 벤처투자 귀재이자 오너인 권 회장, 부동산 전문가로 책임경영을 표방하며 2대 주주로 들어온 이 부회장, 투자은행(IB) 전문가인 최 사장 등 3인의 공동대표 체제 구축은 KTB투자증권의 부활을 위한 과감한 선택으로 보였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은 작년 말부터 최대주주인 권 회장과 이 부회장 간 불화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권 회장이 대표이사 사퇴에 대한 약속을 미루면서 양측 관계가 뒤틀리기 시작했다는 것이 다수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대해 권 회장 측 관계자는 "권 회장이 회사가 정돈되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려고 했지만 이 부회장이 들어온 이후 회사 내부에서 경영권이 넘어간다는 둥 사실이 아닌 내용이 퍼지면서 혼란스러워졌고, 이 때문에 대표직에서 물러나면 실제 경영권 분쟁이 촉발될까봐 물러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3월 이 부회장 측 인사로 분류되는 기획담당 임원 해임 문제를 놓고 양측이 서로 엇갈린 의견을 내면서 갈등이 좀 더 커졌다는 후문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두 사람 관계가 다시 부각된 건 최근이다. 이달 들어 권 회장의 건설 계열사 직원 폭행과 금감원 조사 사실이 알려지면서 권 회장은 궁지로 몰렸다. 권 회장 측은 횡령·배임 의혹에 대해 "그림 투자를 위한 출장이었지 사적 여행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공동대표 취임 1년 만에 회사 경영을 상당히 개선시킨 이 부회장 처지에서도 적잖이 난감한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KTB투자증권은 물론 계열사들이 입찰을 통해 정책자금을 받아야 하는 구조인데 이렇게 되면 (횡령·배임) 진실과 관계없이 회사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면서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이 부회장은 꾸준히 지분을 매입하며 지난 29일 기준 지분율이 14.0%(988만4000주)까지 늘었다. 권 회장 지분 20.2%와 6.2%포인트 차이로 좁힌 것. 양측은 지난해 공동경영에 협의하면서 '이 부회장이 권 회장 지분 미만인 20%까지 지분을 매입한다'는 내용을 주주계약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분 매입은 이미 약속된 사항으로 책임경영의 일환이지 적대적 인수·합병(M&A)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권 회장 측 관계자도 "두 사람 사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데 이간질하려는 세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엇비슷한 지분율 속에 경영권에 대한 양측의 미묘한 입장 차는 분명해 갈등은 언제든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 부회장 측은 "경영권을 보장받았다"는 입장인 반면, 권 회장 측은 "모든 결정은 회장 뜻을 따르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자 간 경영권에 대한 분명한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양측 모두 강한 성격이어서 입장차가 쉽게 좁혀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예상했다.
금융감독당국은 권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 관련 위규사항을 확정하는 대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30일 "지난 3월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