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당사는 온라인상에 유포되고 있는 당사 소속 아티스트들에 대한 허위사실 및 악의적인 인신공격성 비방 댓글 게시글 및 이의 복사 유포 등을 통한 확대 재생산 행위 등에 대해 법적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물론 모든 불법 사례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법률적 조치를 취해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알려드린다."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2일 소속 그룹 뉴이스트 강동호와 관련한 성추행 논란에 대해 이같은 공식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강동호' 대신 '소속 아티스트'라고 이름을 채운 글에는 뚜렷한 상황 설명이나 해명은 없었다. 팬들의 의혹과 불신만을 키운 꼴이 된 것이다.
한 네티즌은 이날 온라인 게시판에 "8년 전 느꼈던 수치스러움과 그때의 기억들을 잊을 수가 없었다. 이 글을 작성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그 기억들이 떠오르고, 이번 일들로 인해 계속 떠올려야 하기 때문에 현재 심적으로 많이 지쳐있는 상태다"고 글을 올렸다.
네티즌은 중학교 1학년 때인 지난 2009년 제주도 제주시 연동에 있는 학원 수업이 끝난 뒤 연동에서 봉성으로 가기 위해 학원차를 탔고, 집으로 가는 동안 같은 학원에 다니던 중학교 2학년 강동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게시물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순식간에 퍼졌다. 보이그룹 선발 프로그램인 엠넷 '프로듀스101 시즌2'에서 데뷔팀 워너원(WANNA ONE) 멤버가 되지 못했으나 최종 13위에 오른 강동호에 대한 높은 관심 때문이었다. '프로듀스101 시즌2'가 끝난 지 일주일이 안 된 시점에서 터진 논란은 파급력이 컸다.
플레디스 측은 공식입장을 전하고 급한 불을 끄려고 했지만, 오히려 불씨를 키웠다. 팬들은 '알맹이' 없는 입장을 소속사 측에서 문제를 덮기에만 급급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플레디스 측의 섣부른 대처에 비해 게시글의 동영상과 캡처 사진은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듯했다. 플레디스 측이 '법적 조치' 카드를 꺼낼 정도였다면, 허위사실에 대한 방안을 전하기에 앞서 팬들도 이해할 만한 정황이나 사태 파악을 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했다.
팬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는 건 '프로듀스101 시즌2'와 강동호를 지지한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진위가 아직 가려지지 않은 논란 수준이지만, 여성을 상대로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 자체가 큰 타격이다. 플레디스 측은 정확히 문제를 파악한 후 구체적인 입장을 밝혀야 팬들의 성난 마음을 조금이나마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팬들 역시 무조건 강동호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플레디스 측에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만큼 이번 사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은 없다. 강동호 성추행 게시글 작성자와 강동호, 플레디스 양측이 직접 만나 시시비비를 따지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옳은 방법이다. 자칫 의혹만으로 강동호가 손가락질 받을 수도 있다. 비난은 잘못이 가려진 뒤에 해도 늦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디스가 오해가 있다면 제대로 설명하고, 잘못이 있다면 사과와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강동호가 속한 뉴이스트는 지난 2012년에 데뷔했지만, '프로듀스101 시즌2'에서 연습생 신분으로 출연했다. '중고 신인'이라는 따가운 시선 속에서도 '프로듀스101 시즌2'를 통해 모든 멤버들의 가능성을 다시 인정받았고, 황민현은 워너원 멤버가 됐다. 다시 오지 않을 두 번째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러나 강동호 논란에 대한 플레디스의 미흡한 대처는 뉴이스트에게는 독이 되는 모양새다. 뉴이스트는 워너원으로 선발된 황민현을 제외한 멤버들로 활동을 재개하는 계획을 구상 중이었다. 같은 소속사 후배 그룹인 세븐틴의 성공을 지켜봐야만 했던 이들에게 그야말로 '천운'이 바로 앞에 다가왔지만, 기회는 점차 멀어지고 있다.
뉴이스트 멤버들에 대한 성원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뉴이스트를 위해서라도 강동호와 관련한 의혹들을 풀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팬들의 마음이 식기 전에 정확한 문제 파악과 해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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