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점점 편해지는 듯하다. 문명의 발달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친구와도 얼굴 보며 통화할 수 있다. SNS로 수시로 연락하기도 쉽다.
나아가 온 지구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되면, 그런 세상에서 우리는 편하고 행복한 걸까. 영화 ’더 서클’(감독 제임스 폰솔트)은 물음표를 던진다.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 기업 서클에 입사한 신입사원 메이(엠마 왓슨). 모든 것을 공유하는 투명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서클의 대표 에이몬(톰 행크스) 등 경영진의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자신의 24시간을 생중계하는 프로그램에 자원하게 되는 것. 메이 본인뿐 아니라 부모님과 친구, 주변 사람들의 삶까지 전 세계 2억 명에게 생중계되면서 소셜미디어의 두 얼굴이 드러난다.
서클 경영진은 모든 걸 공개할 때 투명해진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사생활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와중에 메이가 마주하게 되는 끔찍한 상황은 절대로 해프닝일 수 없다. 감시하고 통제하고 정보를 수집해 기술을 더 발전시키는 기회로 삼으려는 이들의 행태가 소름 돋는다.
SNS의 역기능을 과장했다고 볼 수 있으나 실제로도 충분히 가능할 법한 일이다. SNS를 통해 누구를 찾았다거나 도움을 받은 경험이 올라오는 걸 심심치 않게 보지 않았나. 반대로 나쁜 일들도 벌어질 수 있다. 아니, 벌어지고 있는데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게 더 많을 것 같다.
모두가 하고 있으면 나도 그래야 하는 것 같은, 그 이상한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면 모르는 사이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어 버리고 만다. 극 초반 SNS를 하지 않아 이상한 사람 취급받은 메이의 상황은 이 영화가 어떻게 쓸쓸해져 가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섬뜩하고 무서운 상황이 이해가 되긴 하지만 그 만듦새와 전개 방식이 그리 효과적으로 다가오진 않는 건 아쉬운 지점이다.
그런데도 엠마 왓슨의 팬이라면 선택해도 될 만하다. 소녀와 숙녀 사이의 20대 초년생 엠마
톰 행크스는 주인공은 아니지만 엠마 왓슨을 흔들고 또 각성하게 하는 존재로서 역할을 다한다. 110분. 12세 이상 관람가.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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