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한이정 기자] 어느 날은 치고 박고 싸우다가도 중요할 땐 서로 힘이 돼주는 게 바로 ‘형제’일 것이다. 사자성어에도 여족여수(如足如手; 형제는 손, 발과 같이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사이)라는 말이 있듯, 예부터 어른들은 형제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가르쳤다. 치열한 프로세계에도 선수생활을 함께 하는 형제들이 있다. 험난한 프로생활을 함께 이겨내는 혈육이 있다는 건 어떨까.
현재 KBO리그 현역 선수엔 11형제가 등록돼 있다. 고장혁(KIA)-고영표(kt), 나성용(삼성)-나성범(NC), 문선재(LG)-문진제(두산), 박세웅(롯데)-박세진(kt), 안영진(한화)-안영명(한화), 양훈(넥센)-양현(상무), 유원상(LG)-유민상(kt), 정대현(kt)-정동현(KIA), 조동화(SK)-조동찬(삼성), 최영필(KIA)-최영완(KIA), 최정(SK)-최항(SK)이다.
◆ 역사에 남은 형제대결
↑ KBO리그 최초로 형제가 함께 출전한 경기는 1986년 7월 31일 롯데-청보전이다. 당시 청보 타자였던 양승관-양후승은 나란히 홈런을 쳤다. 형 양승관은 현재 NC 다이노스의 코치로 일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이후 형제대결은 8년 뒤에나 나왔다. 당시 롯데 소속이었던 윤동배-윤형배가 1994년부터 1996년까지 총 5경기에 함께 출전했다. 보통 동생이 선발로 등판하면 형은 불펜으로 마운드를 넘겨받았다.
1995년 9월 5일엔 정명원(태평양), 정학원(쌍방울) 형제가 투타 맞대결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팀의 마무리 투수였던 정명원은 9회 대타로 나온 동생 정학원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다. 이날 태평양은 7-3으로 쌍방울을 이겼고, 정명원은 세이브를 기록했다.
◆ 역사가 된 형제들
1996년 8월 18일 윤동배-윤형배의 경기 이후 한동안 형제가 함께 한 경기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KBO리그 기록상 2000년대 같은 경기에 형제가 출전한 적은 단 2번이다.
↑ 2015년 6월 2일 마산구장에서 만난 나성용, 나성범도 이날 나란히 홈런을 기록했다. 사진은 2015년 6월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전. 사진=MK스포츠 DB |
이듬해 4월 27일 박세웅-박세진도 함께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선발로 등판한 형 박세웅은 5⅓이닝 2피안타 3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3승을 따냈다. 동생 박세진은 불펜으로 출전해 ⅓이닝 1피안타 1볼넷 1실점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형제간의 맞대결이 성사되진 못했지만 형제 투수가 다른 팀 소속으로 한 경기에 등판한 것은 최초다. 박세웅은 “동생과 같은 경기에 출전했다 하더라도, 특별하진 않았다. 그냥 평상시와 똑같이 경기에 임했다”고 회상했다.
◆ 형제와 함께 하는 야구 인생
가족과 동종 업계에서 일하기도 흔치 않다. 형제가 함께 운동을 한다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형제와 같이 야구를 한다는 건 어떨까. 이에 대해 고영표(26·kt)가 입을 열었다. 고영표는 형 고장혁(27·KIA)과 함께 프로무대에서 뛰고 있다.
↑ kt 위즈 고영표는 "형과 함께 야구를 해서 추억도 많이 생겼고, 힘이 됐다"고 전했다. (좌)고장혁, (우)고영표. 사진=MK스포츠 DB |
어릴 적부터 형과 붙어 다니며 함께 야구장을 오간 것들이 모두 추억으로 남았다고 전했다. 고영표는 “지금도 형과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다. 특별한 얘기는 하지 않지만 야구에 대한 얘기를 많이 주고받는다.
가끔 형과 경기에서 만나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는 고영표는 “‘(형이 아닌) 상대 팀 타자다’ 생각하고 던져야겠지만, 웃음이 나올 것 같다. 상황이 신기하지 않겠나. 재밌을 것 같다”고 웃었다.
[yijung@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