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용지보다 조금 큰 크기였다. 한국 미술 역사상 가장 큰 논란의 주인공인 천경자(1924~2015)의 '미인도'가 일반에 공개됐다. 18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소장품 94점을 보여주는 '균열'전에 모습을 보인 '미인도'는 가로 29cm, 세로 26cm의 소품이다. 1977년작으로 1980년 김재규 자택에서 압류해 미술관 수장고로 들어왔다.
일반에 공개된 것은 1990년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 이후 27만이고, 1991년 천 화백이 위작 주장을 제기한 지 26년 만이다.
미술관은 지난 12월 검찰에서 진품으로 결정 났지만 유족 측에서 항고한 상태로 아직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작가 등 아무런 설명 없이 방탄유리 속에 그림만 내걸었다. 미술관 고문변호사인 박성재 변호사는 작가 표시를 하지 않은 데 대해 "저작권법상 저작인격권과 공표권, 성명표시권에 대해 유족측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미술관은 여전히 작품을 진품으로 생각하지만, 법적인 다툼이 있고 유족을 배려한다는 차원, 그리고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작가를 명확하게 표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대신 미술관은 각종 자료를 함께 소개하는 '아카이브'전 형식으로 그림을 전시했다. 1980년 당시 재무부를 통해 국립현대미술관에 작품이 이관될 당시 작성된 물품 대장과 소장품 기록대장 등 위작 논란 이전의 자료부터 1990년 전시에 나온 복제 포스터, 당시 신문 기사, 그리고 최근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관련 자료까지 위작 논란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이 출품됐다.
미인도는 1990년 4∼11월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인 '움직이는 미술관'에 원본 34점의 하나로 전시됐으며 1991년에는 실물이 아닌 사진을 찍어 2.5배 정도로 확대된 복사본으로 전시됐다. 당시 복사본으로 제작하는 것에 천 화백이 서명한 공문도 공개됐는데, 이에 대해 유족 측은 서명 글씨가 천 화백의 친필과 다르다고 반박한 상태다.
눈길을 끄는 것은 '미인도'와 함께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혐의로 사형당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자택에서 압류한 그림 39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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