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정의 직구리뷰]뮤지컬 ‘드림걸즈’, 2% 아쉬운 오리지널 소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색소폰 사운드, 화려한 조명 그리고 한껏 흐느적거리는 소울풀 넘버들까지. 앙상블과 매력적인 댄서들이 움직이면 어깨와 엉덩이가 절로 들썩거리고 아프리칸 아메리카의 신선한 문화를, 그 옛날 영화 속 향수를 자극하는 익숙한 감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다만 배우들 간 어울림이나 음악적 하모니, 존재감이 전체적으로 고르지 않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뮤지컬 ‘드림걸즈’는 1981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을 시작으로 끊임 없이 리바이벌 되고 있는 전설의 공연 중 하나. 2006년에는 동명의 타이틀로 영화화돼 세계적인 팝스타 비욘세, 제이미 폭스, 제니퍼 허드슨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대중에게는 더욱 친숙해졌다.

국내에서는 두 번의 라이선스 공연으로 소개됐는데 올해에는 국내 오디뮤지컬 프러덕션과 스태프진, 브로드웨이 캐스팅으로 구성돼 관객들을 만난다.
작품은 1960년대를 풍미했던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와 그녀가 몸담은 그룹 슈프림스(Supremes, 다이애나 로스·플로렌스 볼라드·메리 윌슨)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꿈과 쇼비즈니스의 냉혹함, 그리고 사랑을 다룬 쇼 뮤지컬이다.
R&B, 재즈, 블루스, 디스코 등 다양한 흑인 음악들을 만날 수 있고 에피·디나·로렐로 구성된 3인조 R&B 여성보컬그룹 ‘드림스’와 그들을 성공으로 이끄는 냉혹한 매니저 커티스, 당대 최고의 R&B스타 지미 등의 꿈과 사랑 좌절 그리고 영혼을 담고 있다.

타고난 소울, 천부적인 재능에도 불구하고 비주얼이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중심이 아닌 사이드로 밀려나야만 했던 ‘에피’는 좌절의 시간 속에서 호독하게 스스로 성장해간다. 영화에서는 비욘세가 맡아 폭발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던 ‘디나’는 아름다운 얼굴, 착한 심성을 지녔지만 팀의 리더가 된 이후 화려한 삶 속에서도 영혼을 잃어버린 상실감으로 다시금 자신의 새로운 도전을 꿈꾸게 되는 인물. 두 사람의 갈등과 화해를 중심으로 영화 속에는 굉장히 많은 가치와 교훈을 담고 있다.
특히 극중 에피 역을 맡은 브리 잭슨은 이견 없이 최고다. 가창력은 물론 소울풀한 감성에 연기력,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까지. 무대를 꽉 채우는 그녀의 목소리는 파워풀하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한, 전율을 일으키게 하는 깊이 있는 내공이 느껴진다. 좌절의 순간 오열하듯 뱉어내는 호소력 짙은 넘버들은 보고, 또 듣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저 뜨거운 박수와 환호성으로 밖엔 보답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지미’라는 애칭의 당대 최고의 R&B 스타 역을 맡은 닉 알렉산더는 그야말로 재간둥이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놀라운 가창력은 기본, 위트 넘치는 제스처와 장난기 가득한 행동들로 무대의 유쾌함을 책임진다.

하지만 쇼 비즈니스 세계에 어울리는 감각과 야망으로 독단적이고 탐욕적인 인물을 연기한 섀비 브라운과 ‘지미’의 애인이자 ‘드림즈’의 멤버인 로렐을 연기한 앙투아넷 코머의 경우는 좀 아쉽다. 가창력을 뽐낼 수 있는 넘버가 많진 않지만, 이따금 찾아오는 기회를 제대로 살리진 못한다.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이나 역할의 표현에서 배우만의 개성이 잘 느껴지진 않는다.
가장 아쉬운 건 디나 역의 캔디스 마리 우즈다. 에피 대신 드림스 ‘센터’를 차지할 만큼의 보컬 역량이나 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에피와 전혀 다른 또 다른 개성이 아닌 그저 묻히는 존재감으로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게다가 세 명의 화음은 개개인의 역량을 뛰어 넘는 하모니를 보여주지 못해 작품의 파워 넘버들의 매력을 한껏 살리지 못해 아쉽다.
탄탄한 스토리, 풍부한 볼거리, 강력한 킬링 넘버들, 반가운 옛 감성까지 많은 장점을 지녔지만 세 여배우의 조화 부분에서, 전체적인 어울림 부분에서 적잖은 아쉬움을 남긴다. 안정적이지만 강렬한 한 방이, 영화가 아닌 무대로 만들어졌을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킬링 포인트가 없다는 게 가장 아쉽다.
오는 6월 25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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