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첫 승을 올린 날, 정근우(35)는 가장 빨리 더그아웃을 빠져 나갔다. 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정근우는 지난 1일 두산베어스전에 9번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깜짝 기용이다. 개막 엔트리에 포함돼 지난 3월 31일 경기에도 교체로 뛰었으나 완벽한 컨디션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무릎 수술을 한 정근우는 재활 과정을 거쳐 그라운드에 돌아왔으나 아직 실전 감각이 부족하다. 시범경기에도 한 차례 뛰지 않았다.
↑ 한화이글스의 정근우(오른쪽)는 1일 두산베어스전에 9번 2루수로 5회까지 뛰었다.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
수비 강화 차원이다. 그만큼 정근우의 팀 내 위상을 엿볼 수 있다. 김성근 감독(75)은 정근우에 대해 “오늘 우리에게 9번타자는 없다. 아직 타격은 무리다. 수비만 잘 해주면 된다”라고 말했다.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가 아니다. 1381경기를 뛴 베테랑도 긴장을 했다. 정근우는 2회말 양의지(30)의 타구를 놓치며 시즌 1호 실책을 기록했다. 5회말에는 1사 1,2루서 오재원(32)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했다. 까다로웠으나 정상 컨디션이었다면 아웃시킬 수 있던 타구였다.
정근우는 6회초 세 번째 타석에서 이양기(36)와 교체됐다. 타격 기록은 2타수 무안타. 모두 내야 땅볼이었다. 정근우는 공격과 수비, 각 5번의 이닝을 소화했다. 전날 2번의 이닝을 뛴 것보다 출전시간이 늘었다. 김 감독은 “앞으로 경기를 뛰면서 만들어가야 한다”라고 했다.
정근우는 “선발로 뛰게 돼 긴장했다. 좋은 타구가 안 나왔고 실책도 했다. 수비 훈련을 많이 못해 거리감이나 바운드 등에 대해 익숙해져야 한다”라며 “이것도 경기의 일부분이다. 현재 컨디션이 최상이 아니나 상황에 맞춰 나가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정근우는 무엇보다 팀 승리에 기뻐했다. 한화는 2-4로 뒤진 6회초 2점을 얻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 11회초 김원석의 2타점 2루타로 승리를 잡았다. 터질 것 같으면서 안 터져 답답했던 독수리군단의 가슴을 뻥 뚫었다. 한화는 이날 두산보다 7개 많은 16안타를 쳤다. 잔루만 15개였다.
정근우는 한화의 첫 승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승리를 놓쳤을 경우, 내상이 크다는 걸 잘 알고 있다. 1년 전 LG트윈스아 개막 2연전 혈투의 후유증은 한화의 발목을 잡았다. 게다가 두산을 이겼다. 2012년 이후 상대 전적 열세인 데다 지난해 전적이 4승 12패로 가장 약했던 상대다.
정근우는 “팀이 이겨서 만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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