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스 김재욱 |
작품을 마친지 며칠 됐지만 아직도 작품 속에서 벗어난 것 같지 않다는 김재욱은 “마땅히 벗어나야 하는 수단이 생각나지 않는다. 이렇게 말로 풀어가면서 나도 정리를 하게 됐다” 라고 말했다. 덕분에 생각하지 못한 것도 명료하게 깨닫고, 또 다시 느끼는 부분도 있다고.
극 중 극악무도한 살인범으로 분한 그.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느꼈기에 그토록 실감날 수 있었던 것일까.
“작품으로 말씀드리면 ‘아메리칸 싸이코’다. 결이 비슷한 지점이 있어서 크리스찬 베일 역할을 봤다. 가장 도움은 다른 것은 사회적으로 우월함을 가진, 100% 자만 등이 아닌, 그것이 삶인 분,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봤다. 최근에도 심심치 않게 보여서 캐릭터 구축하는 데 어렵지 않았다. 인물의 행위가 아니라 태도가 우선이었다.”
덕분에 ‘우아하다’ ‘고급스럽다’ ‘살인마 같지 않은 인물’ 등의 수식이 자연스럽게 붙었을 터. 김재욱은 극에서 나타냈던 모태구의 각기 다른 두 모습의 중심을 잡기 위해 더 신경을 썼다.
“모태구의 두 면의 갭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상류층으로 존재하는 모태구와 살인본능에 취해있는 모태구. 두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지, 감독과도 많은 얘기를 했다. 모자랄 수도 있고 과할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인물이라서.”
살인마고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일수 있어도 극의 인물에 다가가면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김재욱은 “전혀 아니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실 아버지와 태구 유년시절 모르고 연기했다. 기본적으로 가져간 베이스는 ‘타고난 악인’이다. 일말의 동정심도 가질 필요도 없는 인물이었다. 태구의 과거를 보면 ‘이래서 그럴 거야’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난 ‘그러거나 말거나’라는 생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김재욱은 극 중 모태구의 최후에 대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태구의 몰락으로 시청자들이 통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악인이 그런 장치로 정신병원 등 속 시원한 최후를 맡는 것. 더한 악인으로 끝을 맞이하는 데도 말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 있었을 것 같다. ‘악의 순환’이라던가.”
“모태구라는 인물을 구축하면서 장혁의 도움도 많았다. 저 힘보다 권주가 주는 힘이 있었다. 현장에서 모태구를 효과적으로 담기위해 카메라 팀, 조명팀, 음악팀, 감독님의 편집 등 모든 지점이 맞아떨어져 나온 인물은 아니다. 내가 신들린 연기를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넘치거나 부족한 부분도 있었는데 굉장히 자유로운 권한을 내게 줬고 감독이 다듬어진 인물로 완성시켜줬다. 내가 인물에 대한 확신을 가진 것보다 그때 그때 한 과정을 잘 뽑아내주신 게 확실하다.”
겸손해도 너무 겸손했다. 김재욱은 “이렇게 관심을 받을 줄 몰랐다”라면서 자신의 호평을 ‘보이스’에서 함께 한 배우들, 스태프 등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작품 속 ‘찰떡 호흡’은 이 같은 마음으로 빚어진 것이 아니었
“이렇게 나쁜 인물인데 이런 관심을 받을 줄을 몰랐다. 생각지 못한 반응에 틀리지 않게 하고 있다는 것은 생각은 했다. 연기적이건 외적이건 칭찬은 기분이 좋고 힘이 된다. 촬영하면서 완벽해지는 모태구에 집중했기 때문에 지금 느껴지는 관심이 더 얼떨떨하고 얻어걸린 기분이다(읏음).”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