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회장이 결국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당분간' 더 이끌게 됐다.
전경련은 24일 총회를 열고 제 36대 전경련 회장으로 허창수 GS그룹 회장을 추대했다. 상근부회장은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이 겸임하게 됐다.
전경련은 "회장단과 재계 원로들과 논의를 했다"며 "이 과정에서 전경련 현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사태수습을 잘 할수 있는 분이 허창수 회장이라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허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여러 가지로 회원 여러분과 국민들에게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면서 "앞으로 환골탈태해 완전히 새로운 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허 회장은 ▲정경유착 근절 ▲예산·사업 투명성 확보 ▲씽크탱크 기능 강화 등 3대 혁신방향으로 제시했다.
허 회장의 유임으로 '회장 공석'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으나 재계의 반응은 우호적이지 않다. 10대그룹 한 임원은 "떠밀리듯 회장을 맡게된 허창수 회장이 환골탈태 수준의 쇄신안 마련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평했다.
지난 2011년부터 전경련 회장을 지내온 허 회장 이번 총회를 끝으로 물러날 계획이었다. 막판까지 맡겠다는 사람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떠밀리듯 회장직을 맡게 됐다. 회장의 임기는 공식적으로 2년이다. 전경련은 "허 회장이 조직이 안정되고 새로운 지도부가 갖춰지면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라서 임기를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허창수 회장 유임으로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전경련의 앞날은 밝지 않다. 후임 회장으로 새로운 인물을 구해 '환골탈태' 수준의 쇄신안 마련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계획 자체가 첫 단추부터 어설프게 끼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장도 못뽑는 조직'이란 오명은 피했지만 허 회장이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뜻을 밝히는 등 현 체제는 어디까지나 '임시 방편'일 뿐이라서다. 쇄신안 마련, 회원사들의 신뢰회복이라는 기존 과제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새로운 회장 물색 등의 숙제만 더 늘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허 회장은 이날 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유임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더 좋은 분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라는 답했다. 결국 하루라도 빨리 새 회장을 구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경련의 앞날이 불투명한데다 정치권에서 해체 요구가 거센 상황에서 회장을 맡겠다고 나서는 인물을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회원사인 기업들이 인정할만한 쇄신안의 마련 역시 전경련 앞에 놓인 난제 중 하나다.
현재 국회에선 전경련 해체 촉구 결의안이 추진되고 있다. 또 주요 대선 후보들 중 상당수가 "해체가 맞다"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만큼 한두달 안에 확실한 개혁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외부에 의한 해체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전경련은 이날 "쇄신안 마련을 위한 혁신위원회를 꾸려 지지부진한 논의에 속도를 내겠다"며 " '백지 상태'에서 쇄신안 마련에 다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신위는 허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회장단 3인(김윤 삼양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과 외부 3인으로 구성된다. 외부 인사들은 아직 선임이 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전경련 내외부에서 '기존 조직 그대로인 상황에서 무슨 쇄신안이 나올 수 있겠느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회원들 신뢰 회복 역시 갈길이 먼 것이 현실이다.
현재 명시적으로 탈퇴의사를 밝힌 곳은 4대그룹을 비롯해 KT, OCI 등 일부다. 한 중견그룹 관계자는 "명시적으로 탈퇴는 하지 않겠지만 회비를 내지 않고 활동을 중단하는 등으로 빠지려는 기업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뜸했다. 작년 초엔 600사에 달했던 전경련의 회원사는 4대 그룹 등의 이탈로 현재 5
전경련 내부 인력 구조조정 등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이미 탈퇴원을 제출한 4대그룹은 전경련 전체 회비 수입의 70% 가량을 책임져왔다. 이들 그룹이 내던 회비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결국 고강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정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