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설 명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 노래는 고(故) 윤극영(1903∼1988) 선생이 작사·작곡한 '설날'(1924)이다. 어릴 때면 누구나 한번쯤 불러봤을 노랫말이다. 그런데 섣달 그믐(음력 12월 31일)은 왜 하필 까치의 설이 됐을까. 까치도 설을 쇠는 것일까. 궁금하다.
현재 까치 설날의 유래는 정설이 없고 의견이 분분하다. '까치 설'이라는 단어가 1935년 한 신문에 등장하기 전까지 어떤 문헌에서도 나오지 않아 정확한 어원을 찾기 어렵다.
우선 국어학계에서 가장 힘을 얻는 설은 무속·민속 연구 권위자이자 국어학자인 고(故) 서정범(1926~2009) 교수가 제시한 설이다.
서 교수가 제시한 설에 따르면 '까치 설'은 '작은 설'이라는 뜻을 가진 '아치설', '아찬설'이 세월이 흐르며 변형된 것이다. 추석이 '한가위'라고 불리는 것처럼 지금의 설은 '한설', '한첫날'로, 작은 설은 '아찬설', '아치설'로 불렸는데 '아치'라는 말이 '까치'로 바뀌면서 정착됐다는 얘기다.
'아치'는 '작은 것'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쓰이지 않게 됐고, '아치설'은 발음이 유사한 '까치설'로 변형됐다고 서 교수는 주장했다. 이 주장에 따르면 '까치 설날'의 까치는 하늘을 나는 그 까치가 아닌 '작다'는 의미를 뜻하게 된다.
남서 다도해 지방에서는 조석 간만의 차(밀물과 썰물의 수위 차이)가 가장 좁아지는 음력 22일을 가리켜 '아치조금'이라 하는데, 경기 지방에서는 이를 '까치조금'이라 부른다. 아치조금이 까치조금으로 바뀌었듯이, 아치설이 까치설이 바뀌었다는 주장이다.
이 설대로라면 까치설은 동물 까치와는 큰 관계가 없다. 그러나 고려 승려 일연이 쓴 삼국유사의 설화에는 까치 설날의 유래에 동물 까치가 등장한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 소지왕 때 왕후가 한 승려와 내통해 왕을 죽이려고 했으나 왕이 까치(까마귀)와 쥐, 돼지, 용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구했다.
쥐, 돼지, 용은 모두 십이지에 드는 동물로 그 공을 기념하지만 까치는 기념할 날이 없어 이를 안타깝게 여긴 왕이 설 전날을 까치의 날로 정해 까치설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는 근거 없다는 게 학계의 인식이다. 실제 삼국유사 원문을 찾아보면 관련 설화의 주인공은 알려진 것처럼 까치가 아니라 까마귀여서다. 최
이밖에도 설은 다양하다. 옛말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말이 있다. 이 때문에 까치가 울면 다음 날인 설에 친척과 지인들을 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지어졌다는 주장도 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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