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지수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나 지수가 하락하면 수익을 내는 인버스 ETF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지난 연말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순자산은 4조451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57% 급증했다. 기초자산을 글로벌 주식이나 채권 등으로 하는 해외 ETF도 비과세 상품의 신규 상장에 힘입어 같은 기간 18% 늘어났다.
ETF가 은행이자를 넘어서는 수익률을 내면서 투자자들이 몰린 덕분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주식형 ETF는 평균 수익률 2.0%를 기록했다.
특히 중공업·철강·은행 등 시장 대표 ETF 25개 종목은 평균 수익률 6.7%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에게 큰 수익을 남겼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연간 수익률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8개 종목을 섹터 ETF가 차지할 정도였다. 실제로 지난해 주식형 공모펀드 중 섹터 ETF인 'TIGER200중공업(28.4%)' 'KODEX은행(22.9%)' 등은 모두 연간 수익률 20%를 넘어섰다.
다만 ETF시장이 지나치게 국내 위주로 구성돼 있어 다양한 글로벌 자산에 대한 분산투자가 어렵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그만큼 투자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지난해 국내형 ETF의 순자산 총액은 23조2782억원으로 전체의 92.7%에 이른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국내형이 94%, 해외형은 5% 선이다. 대부분의 아시아 ETF시장이 비슷한 처지다. 덩치만 클뿐 실속이 없다는 지적을 받는 일본 ETF시장도 마찬가지다. 규모는 전 세계 주식형 ETF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중 60% 이상을 일본은행이 소유하고 있는 데다 토픽스, 닛케이225지수 ETF 등 자국 지수 ETF만 비대하기 때문이다.
패시브 전략을 구사하는 ETF나 인덱스 펀드로의 자산 쏠림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시장 초과수익을 달성하고자 적극적인 운용에 나서는 경우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문제다. ETF 거래가 늘면서 액티브 펀드 운용사들의 수익은 쪼그라들고, 각국 거래소 수입만 늘어나는 형국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6년 12월 15일 집계 기준 최근 5년간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액티브 유형은 설정액이 30.5% 감소한 반면, 패시브 유형은 121.8%나 급증했다. 5년 전만 하더라도 액티브 펀드 규모는 패시브 펀드의 7배에 달했지만, 지금은 2배에 불과한 상태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ETF 전성시대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값싼 수수료 때문에 투자자들이 발 빠르게 ETF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ETF와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상품이 시장을 주도해가는 분위기"라며 "향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최근 자산운용업계에서도 패시브시장의 급성장세를 고려해 ETF 운용 선두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한창이다.
지난 연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기습적으로 ETF의 보수 수준을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추기도 했다. 국내 ETF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자산운용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자구책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다른 운용사들도 공격적인 수수료 인하 전략을 통해 추가 점유율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수료가 싸다보니 투자자들이 단타매매로 몰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6년째 '박스피(상승하지 못하고 박스권에 맴도는 현상)'인 시장 상황을 악용해 고점에 매도하고, 저점에 매수하는 전략을 수익 창출 기법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윤주영 미래에셋운용 ETF본부장은 "국내 ETF시장의 경우 거래대금 기준으로 50% 이상이 주로 개인들이 보유한 레버리지 인버스 ETF에 몰려 있다"며 "이는 주로 개인들이 적극적으로 단기 거래에 나서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용어
업종지수를 추종하는 섹터 상장지수펀드(ETF)가 수익률 기준으로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상위권을 휩쓴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국내에서 소화되는 ETF는
[한예경 기자 /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