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서답’ ‘말자르기’ ‘서성대기’ ’불평불만’ ‘뒤에서 노려보기’….
TV토론에 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태도가 비난의 도마에 올랐다.
9일(현지시간) 미주리 세인트루이스에서 진행된 제2차 미국 대선후보 TV토론에서 트럼프는 자신의 성추문이 담긴 녹음파일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동문서답으로 논점흐리기를 시도했다.
토론 사회자가 “여성을 성추행한 것을 자랑했다”고 지적하자 “그건 (사적인 공간에서 하는 얘기인) ‘락커룸 토크’였다. 사죄한다”고 운을 뗀 뒤 곧바로 급진 이슬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거론하며 “우리는 IS가 참수를 일삼는 세계에 살고 있다”며 엉뚱하게 화제를 돌리려 했다.
이에 사회자가 재차 “내 질문은 여성을 공격한 적 없느냐는 것이다”라고 지적하자 트럼프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고 한 뒤 “나는 미국을 안전하고 강하게 만들 것이다”고 말해 즉답을 계속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토론 상대인 힐러리 트럼프가 발언할 때 트럼프가 기다리면서 행한 태도 역시 문제가 됐다.
트럼프는 “우리가 들은 게 정확히 트럼프가 누구인지를 보여준다”는 힐러리의 반격에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힐러리 발언 도중 힐러리 뒤에서 이쪽저쪽으로 걸어다니고 서성거리면서 부적절한 태도를 취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토론장을 어슬렁거리면서 다닌 트럼프에 대해 “도대체 누가 저런 조언을 했는지 모르겠다. 최악이다”라고 평했다.
힐러리 발언 도중에 트럼프는 때로는 한숨을 쉬고 때로는 발언권도 얻지 않고 목소리를 높여 힐러리의 발언을 방해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또 힐러리 뒤에 바짝 붙어 서서 심각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 보는 위압적인 자세를 자주 취했다. 온라인 상에서는 키 190cm에 달하는 거구의 트럼프가 체구가 작은 여성인 클린턴에게 위압감을 주려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는 지적과 비난이 속출했다.
불필요한 불평불만도 토론의 맥을 끊었다. 트럼프는 발언시간을 초과해 발언하다 사회자에 의해 제지당하자 “나는 조금만 시간을 초과해도 제지하는데 왜 힐러리는 제지하지 않느냐”며 따지고 들었다. 또 공동사회자 2명이 힐러리의 약점인 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질문을 자기에게 하지 않는다며 “3대1로 토론을 하고 있다”고 빈정대기도 했다.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는 시작 전 복장에서부터 ‘전투 모드’를 예감케 했다. 지난달 1차 TV토론 때 힐러리가 공화당의 상징 빨간색의 정장, 트럼프가 민주당의 상징인 파란색 넥타이를 착용해 상대 정당에 대한 존중을 표시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자기 정당의 색으로 되돌아간 모습이었다. 트럼프는 검정 정장에 빨간색 넥타이, 힐러리는 군청색 정장에 흰 티를 받쳐입고 토론에 임했다.
인신공격성 무례한 발언도 끊이지 않았다. 트럼프는 “버니 샌더스가 왜 악마와 계약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당신은 감옥에 있을 것
이날 토론은 청중과 함께하는 ‘타운홀미팅’으로 진행됐다. 두 후보는 객석과 소통할 수 있도록 무대를 자유롭게 걸어다니며 발언했다. 이 때문에 발언 태도와 상대의 발언을 듣는 태도도 유권자들의 평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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