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는 삼성중공업이 증자 규모를 최대 1조원 정도로 최소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관심을 모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권주 인수방식 지원은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15일 조선업계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이번주 이사회를 열고 최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오는 18일 주주총회를 열어 유상증자를 위해 발행주식수 한도를 현재 3억주에서 5억주로 높이고 이어 열리는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유상증자 계획을 의결할 예정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당초 유상증자 규모가 1조원을 훨씬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삼성중공업 실사 결과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증자 규모가 최소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구주 대비 신주 발행 규모가 50%를 넘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상장 주식수는 현재 약 2억 3000만주다. 신주를 50% 정도 발행한다고 보고, 할인율(15%)과 현재 주가(12일 종가 9320원)를 감안하면 증자 규모는 9000억원대로 추정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 유상증자 규모는 올해 초 유상증자에 성공한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 규모(1조 2651억원)에 비해서 적을 전망이다.
지난달 삼정KPMG는 삼성중공업 실사 결과를 통해 향후 5년간 최대 부족자금 규모가 8000억원~1조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6월 1조 4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산업은행에 지출한 바 있어 1조원 정도 유상증자를 하면 부족자금을 충분히 매꿀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삼성측은 이번 유상증자과정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은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신 대주주인 계열사들이 증자에 참여함으로써 시장에 믿음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중공업 최대 주주는 17.61%를 갖고 있는 삼성전자다. 삼성생명 삼성전기 삼성SDI 제일기획 삼성물산 등까지 합치면 삼성중공업 지분 24.08% 를 삼성 관계사들이 갖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참여가 관심을 모았던 것은 올해 초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실권주가 발생하면 3000억원 한도로 인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었다. 금융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은 정상기업이기 때문에 자본잠식 상태에서 유상증자에 나섰던 삼성엔지니어링과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또 삼성중공업 구주 대비 신주 발행 비율은 삼성엔지니어링에 비해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2월 1억 5600만주를 늘리는 유상증자에 성공한 바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은 유상증자를 통해 시가총액을 3배 이상으로 늘렸지만 삼성중공업은 최대 50%를 늘리는 수준”이라며 “무리한 증자에 나서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할인율을 높여 투자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안도 고려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시에는 시가대비 15% 낮은 수준에서 신주를 발행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보다 높은 수준에서 할인율을 적용하는 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발행물량의 최대 20%는 삼성중공업 임직원들에게 우리사주 방식으로 배정된다.
[박용범 기자 / 강두순 기자 /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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