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통 공룡’ 월마트가 창업 1년된 스타트업을 무려 33억달러(3조6500억원)에 인수하면서 기존의 전통업종 강자들의 인수합병(M&A)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디지털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될성부른 신생 기업들에 대한 M&A가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8일(현지시간) 월마트의 제트닷컴 인수 소식은 실리콘밸리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벌어진 인수합병 중 최대 규모지만 제트닷컴을 아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창업한데다 전체 매출액은 5억달러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연회비 50달러를 내면 이용할 수 있고 대량 구매시 할인율이 높은 방식을 채택해 ‘아마존 보다 저렴하다’ ‘온라인 코스트코를 지향한다’며 화제를 모았다.
월마트가 33억달러를 인수합병 머니로 내놓은 것은 결국 ‘디지털 유통’에서 아마존을 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월마트는 15년전 자회사 월마트닷컴을 만들어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했고 아마존을 잡기 위해 대형 물류 창고도 만들었다. 전자상거래 부문은 월마트 본사가 있는 아칸소가 아닌 실리콘밸리(샌 브루노)에 본부를 두고 수백명의 인재를 채용했다. 이같은 노력에도 월마트닷컴 매출은 전체 회사 매출의 3%(140억달러)에 불과했다. 아마존닷컴 매출(1070억달러)에 크게 못미친다.
결국 월마트 선택은 마크 로어가 창업한 제트닷컴 인수합병이었다. 마크 로어는 온라인 기저귀 회사 다이퍼스닷컴을 창업해 아마존에 5억5000만달러에 매각한 경험을 가진 디지털 유통의 구루로 꼽힌다. 월마트는 제트닷컴을 인수하자 마자 마크 로어를 전자상거래 부분의 지휘를 맡길 것으로 천명했다.
지난달 달러쉐이브클럽을 10억달러(1조1420억원)에 인수한 유니레버도 비슷한 사례다. 달러쉐이브클럽은 1달러 짜리 면도기를 구독형서비스(서브스크립션)를 통해 판매하는 회사인데 유니레버는 ‘디지털 시장’에 대응하고 경쟁사(P&G의 질레트)가 장악한 면도기 시장을 만회하기 위해 신규 사업 진출이나 경쟁 제품 출시보다 과감히 인수합병을 선택했다.
달러쉐이브클럽은 회원수가 320만명에 달하지만 아직 제대로된 수익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P&G가 달러쉐이브클럽에 소송을 걸고 유사 서비스인 ‘질레트쉐이브클럽’을 내놓으며 젊은 층을 흡수하려 하자 유니레버가 이 회사 인수를 결정했다. 유니레버는 달러쉐이브클럽의 창업자 마이클 더
이와 함께 미국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이 차량 위치추적 소프트업체 플리트매틱스를 24억달러에 인수한 것도 인수합병을 통해 디지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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