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립여당인 자민·공명당을 포함한 개헌세력이 10일 참의원 선거에서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면서 일본 정계가 급속히 개헌 정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참의원 승리가 최종 확정된 11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개헌과 관련해)헌법 심사회를 통해 논의해 나가겠다”며 노골적으로 개헌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일본을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공식화시키는 평화헌법 개정에 대한 여론의 반감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일단은 조심스럽게 개헌 분위기조성에 나설 것이라는 정치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로 교도통신 참의원 출구조사에서 유권자 절반이 “아베 정권의 개헌에 반대한다”고 응답해 찬성(39.8%)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니치신문 설문조사에서는 유권자의 60%가 개헌 발의 의석수인 ‘3분의 2’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모른다고 답하기도 했다. 의회에서 발의한 개헌안은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는데 과반수 이상의 유권자가 찬성을 해야 통과된다. 결국 아베총리의 평생 염원인 평화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국민들의 지지를 확보하는게 선결과제인 셈이다.
개헌에 대한 지지분위기 확산을 위해 아베정권은 가장 먼저 아베노믹스로 대표되는 경기부양에 중심을 둘 것이라는 진단이다. 경제상황이 더 나아져야 아베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올라가고 결국 개헌안 통과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가 실패로 끝나 일본경제가 디플레이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개헌안은 국민투표에도 붙여지지 못한채 사장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개헌안의 국민투표 통과를 위해 경기회복에 무게중심을 둬야 하는 아베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베노믹스 경제정책과 관련, “12일 이시하라 노부테루 경제재생상에 종합적이고 대담한 경제정책을 준비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밝히며 상당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이번 선거에서 야당의 아베노믹스 실패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민심을 얻는 데 성공했지만 엔고와 물가하락이 지속돼 아베노믹스가 흔들릴 경우, 개헌정국 주도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아베 총리가 2차 정권을 수립했던 지난 2012년 말에 버금가는 대담한 재정확대를 포함한 아베노믹스 2탄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초대형 경기부양 기대감속에 이날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지수는 3.98%(601.84포인트)나 급등한 1만5708.82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요미우리신문은 아베 정권이 오는 가을 임시국회에서 최대 10조엔이 넘는 2차 보정예산(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검토한다고 전했다. 보정예산은 공공사업 뿐 아니라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상품권과 여행권 발행, 중소기업 지원 등 전방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10조원 규모의 보정예산은 아베 2차 정권이 출범했던 2012년도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아베 총리는 특히 도쿄~나고야~오사카를 한 시간만에 연결하는 시속 600km의 리니어신칸센 개통을 예정보다 8년 앞당기겠다고 밝히는 등 공공분야 투자 확대를 강조했다.
일본 정부의 대담한 재정 확대 정책과 맞물려 일본은행(BOJ)이 오는 28~29일로 예정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금융완화를 단행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추가 완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주가지수 상승에도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등 대외악재로 달러당 엔화값이 여전히 100엔대를 오가며 강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고현상이 완화되지 않으면 상장기업 실적, 임금 상승, 소비 증가 등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BOJ가 행동에 나설 환경은 충분히 조성된 상태다. 파운드 폭락, 위안화 절하 등 외환시장이 급변동하고 있는 가운데 BOJ의 대대적인 경기부양과 추가 통화완화로 엔저를 유도할 경우, 글로벌 통화전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BOJ는 연 80조엔의 통화량 공급량을 늘리거나 -0.1%의 마이너스 금리폭을 더욱 낮추는 등의 추가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아베정권 초기 디플레 탈출 기대감을 높였던 아베노믹스 제1화살(금융완화)과 제2화살(재정확대)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시장 진단이다. 아베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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