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2년 양국 수교 이래 한국 국가수반으로선 처음으로 이란을 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환영하는 입간판이 이란 테헤란 시내에 걸려 있다. 박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이란에 머물며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비롯한 세일즈 외교를 펼칠 예정이다. <김재훈 기자> |
미지의 나라로만 인식돼 왔던 이란 시장이 드디어 열리기 시작했다.
지난 2월 테헤란에서 성황리에 열린 ‘매일경제 이란 포럼’이 이란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양국 경제교류 논의를 촉발시키는 기폭제가 됐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사상 첫 이란 방문은 막대한 규모의 경제협력 결과물을 탄생시킬 ‘세일즈 외교’ 결정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부와 코트라(무역투자진흥공사)는 박 대통령 지시로 이란의 8대 유망산업을 선정해 집중적인 진출 계획을 수립했다. 박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가시화하고 있는 우리 기업의 이란 진출 열풍이 ‘이란발 제2 중동붐’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1일 테헤란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현지 언론(이란紙)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한 국제제재는 양국 통상관계에 많은 영향을 줬다. 제재 이전인 2011년 당시 174억달러를 기록했던 양국간 교역이 2015년에는 61억달러로 감소했고 이란에서 추진됐던 많은 경협 사업들이 중단되면서 양국 기업과 경제인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제는 제재가 해제되고 이란이 국제경제 체제에 복귀하게 된 만큼 양국 경제협력도 조속한 시일 내에 제재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과 함께 이란을 방문한 정상외교 경제사절단은 역대 최대 규모인 236명으로 구성됐다. 박 대통령은 “이란과 교역 규모의 복원은 물론 교역 품목을 다변화하고, 이란의 경제 재건에 필요한 인프라스트럭처, 산업기반, 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한 성장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를 희망한다”며 “앞으로 이란이 철도, 도로, 항만, 발전, 전력망, 수자원 등 인프라 개선을 집중 추진할 것으로 아는데, 그동안 한국이 이란의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기술과 신뢰성을 입증해 왔기 때문에 협력 확대가 유망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지난해 6월 6차 5개년 개발계획(2016~2021년)을 확정하고 ‘연평균 물가상승률 12%, 성장률 8%, 실업률 7% 수준 달성’ 목표를 세웠다.
또 경제성장률 8% 달성을 위해 외국인의 에너지 개발 사업 지분보유 허용 등 인센티브를 적극 제공키로 했다. 금융 시장 투자를 장려해 금융시스템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 활동 리스크를 축소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인도 접경지역인 차바하와 이집트 접경지역인 코람샤르를 잇는 해상무역 전략 지역에 경제특구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국가철도 연결망·국제운송 통로 개발과 농촌 근대화 등 각종 개발사업이 곧 시작된다. 석유화학과 전자·자동차 조립, 봉제가공 공업 등 신흥 전략산업에 대한 집중지원도 본격화하고 있다. 2만5000MW 규모의 발전기 증대 계획도 갖고 있으며, 원유·가스 채굴·탐사에 민간기업 참여를 독려하는 등 경쟁력 강화 계획도 속속 내놨다.
그동안 경제제재 여파로 동결됐던 해외자산을 이란 정부가 다시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투자매력을 높이고 있다. 동결이 풀리는 해외 자산은 1070억달러(한화 약 122조335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290억달러(한화 33조745억원)는 해제 직후 사용 가능한 자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트라 관계자는 “해제된 동결자산은 원유 개발, 의료 등 낙후된 에너지·의료·사회 부문 개선 프로젝트에 우선 투입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석유화학·화장품·가전 등 수입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여 한국 기업들의 수출 기회 역시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코트라는 철강·조선과 건설플랜트, 자동차(부품 포함), 보건의료, ICT(정보통신기술), 가전, 소비재, 석유화학을 이란 시장 8대 유망산업으로 선정했다. 정부와 산업계는 박 대통령 이란 방문을 계기로 8대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중동 3위의 건설 프로젝트 발주국인 이란은 저개발지역 개발과 노후시설 개·보수를 위해 오는 2020년까지 무려 2000억달러 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사업에 한국 기업 참여가 유력하다. 이와 함께 우리 기업의 소유·운영권이 보장되는 대형 원자력발전 2~4기를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경제제재 이후 무기한 연기됐던 정유운반선·벌크선 등 발주 사업도 양측 모두 재개를 희망하고 있어 침체에 빠진 한국 조선산업에 일부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이란은 160억달러 규모 LNG 운반선 80척과 10억달러 규모 원유 수송선 10척 등
이란 정부는 또 30억~40억달러 규모의 10개 종합병원 건립 프로젝트 등 대대적인 의료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이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 참여가 기대된다. 철강 부문에선 포스코와 현지 기업인 PKP 합작으로 13억달러 규모 일관제철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테헤란 =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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