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총선 참패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의 사퇴와 최고위원 대거 낙선으로 지도부는 와해됐다.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세워 사태를 수습하려던 계획도 당내 반발에 부딪혀 수포로 돌아갔다.
비주류 소장파들이 2004년 천막당사 시절의 정신으로 돌아가자며 ‘정풍(整風) 운동’을 주장하는 가운데 친박 주류는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다. 문제는 당을 추스르려고 해도 구심점이 없다는 데 있다. 5월 초 선출된 새 원내대표가 전당대회 이전까지 그 역할을 맡을 수 밖엔 없다. 20대 국회에서 4선 의원이 되면서 자천타천으로 원내대표 물망에 오르는 중진 의원들(가나다순)에게 19일 위기 타개책과 출마 의사를 물었다.
◇여성 유일 4선 나경원 “국민의 마음 먼저 읽어야”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의 여성 최다선이 되는 나경원 의원(서울 동작구을)은 19대 국회 후반기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내며 서울시장 낙선의 공백을 차근차근 메웠다. 4·13 총선을 앞두고는 일찌감치 여당의 첫 여성 원내대표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야당에선 박영선 의원이 19대 국회에서 원내대표를 지낸 바 있다.
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당 상황이 진짜 어렵다”며 “지금은 국민의 마음을 읽고 반성하는 것이 먼저”라고 운을 뗐다. 이어 “무엇보다 치열함과 처절함이 있어야 한다”며 “당내 상황이 빨리 정리돼야 하는데 첫 단추가 잘 꿰어지지 못하는 듯 해서 아쉽다”고 덧붙였다. 원내대표 도전에 관해 나 의원은 “내가 도전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당이 앞으로 어떤 모양으로 변화할지가 더 중요한 문제”라면서 “조금 더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PK 친박 유기준 “할 수 있는 일은 할 것”
야당의 부산·경남(PK) 공세 속에 4선에 무난히 성공한 유기준 의원(부산 서구동구)은 현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내고 국회로 돌아온 친박계 중진이다.
유 의원은 통화에서 “(원유철 원내대표는)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기 전까지만 당을 수습하는 역할을 맡으면 된다”라며 “이후 전당대회를 통해 당이 다시 정상궤도에 오르기 위해 (내가)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나서 볼 생각”이라고 담담히 밝혔다. 그는“아직 당내 상황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라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기엔 어렵다”면서도 “(원내대표 출마를)구상하고는 있다”고 털어놨다. 다만 유 의원은 비대위가 당을 수습할 방안의 얼개를 짜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 문제도 있고, 아직 엄연히 19대 국회인데 20대 당선인들이 나서는 모습도 반성 강도를 옅게 만들 수 있다”며 “(원내대표 경선 등과 관련해)너무 시간을 촉박하게 잡지는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청권 리더 정우택 “무릎꿇고 참회부터”
정우택 의원(충북 청주 상당구)은 이인제 의원의 낙선으로 20대 국회에서 충청권 최다선인 4선이 됐다. 옛 자민련 계열로 계파색이 옅다는 점에서 친박과 비박 양쪽에서 수용할 수 있는 카드다. 정 의원은 통화에서 “여소야대가 됐는데 지지자들에게 제대로 사과하는 사람조차 없으니 한심한 지경”이라며 “의원 모두가 참회하는 자리를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회 로텐더홀에 모여 하루종일 무릎꿇고 참회해야 한다”면서 “철저한 자기비판이 선행돼야 하고 계파간 갈등 증폭을 막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최근 이한동 전 국무총리 등 여소야대를 경험한 선배들을 만나 정국 방향에 대한 조언도 들었다고 전했다. 다만 원내대표 출마에 대해선 “지금은 수습이 먼저이고, 도전 의사를 밝힌 동료들도 여럿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여소야대 하의 원내대표는 힘들고도 중요한 자리다. 충청권 의원들과 주변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겠다”고 답했다.
◇수도권 친박 홍문종 “고름짜내는 어려운 자리”
여당이 참패한 수도권에서 4선 고지에 오른 홍문종 의원(경기 남양주을)은 친박계 주류다. 새누리당 사무총장,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을 지냈고 정책위의장에 출마하기도 했다. 수도권 다선의원 풀이 넓지 않기 때문에 원내대표 도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총선 패배로 친박계 입지가 흔들리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의 선택이 더 주목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홍 의원은 “차기 원내대표는 절대 영광스러운 감투가 아니다”며 “ 고름을 짜내야 하는 어려운 자리인만큼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당의 위기 상황을 지적하며 “지금은 당이 직면한 어려움을 해결할 돌파력과 여야 입장을 조율할 협상력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원내대표 출마에 대해선 “나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지금은 내가 먼저 나설
[신헌철 기자 / 김명환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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