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권창훈(22·수원삼성)이 일으키는 골 폭풍이 매섭다. 13일 포항스틸러스전에서도 골맛을 봤다. 4경기 연속, 11일 5골이다. K리그 클래식과 AFC 챔피언스리그 포함한 지난시즌 기록은 11골이었다. 시즌이 개막한 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골을 만들었다. 기세가 심상치 않다.
권창훈에게 직접 비결을 물었다. ‘팀(Team)’이란 단어만 무한 반복했다. 팀 동료 덕분에 골을 넣었다, 골이 나 혼자 잘한다고 해서 들어가는 게 아니다, 팀 조직력이 좋다 등등이다. 하지만 공격수도 아닌 미드필더가 4경기 연속골을 뽑았다는 건 ’팀‘만으론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예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자세히 들여다봤다.
크게 네 가지의 결론에 이르렀다.
↑ 물 올랐다 권창훈… 리그, 챔피언스리그 포함 시즌 4경기 연속골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먼저 정신력(멘탈)을 짚을 수 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어린 선수가 멘탈을 유지해 나가기가 쉽지 않다. 멘탈이 상당히 강하다”고 했다.
명문구단 수원을 먹여 살리는 ‘청년가장’이다, ‘권창훈 없으면 어쩔 뻔’이라는 둥 부담이 될 법한 말들이 쏟아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권창훈은 시즌 초 9경기에서 한결같이 많이 뛰고, 빨리 뛰고, 슛을 쏘아댔다.
구단 관계자는 “권창훈이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팀의 준우승에 기여하는 과정에서 골도 넣고 좋은 경기를 했다. 팀의 동계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지만, 그 점이 시즌 초 동기부여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시즌 전 유럽 진출이 무산한 상황도 잊어선 안 된다. 불만을 품지 않고 더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경기력도 진일보했다.
공격 2선에서 ‘문전으로 돌아들어가는 움직임이 더 날카로워졌다’는 선수단 자체 평가가 있다. 지난 6일 멜버른빅토리전에서 권창훈은 순간적으로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은 뒤 염기훈의 패스를 받아 골망을 갈랐다. 4월 2일 상주상무전에서 골이 나오기까지 ‘우당탕’의 과정이 있었지만, 첫 슈팅을 하기 전 순간 돌파는 발 빠른 상주 수비수들조차 따라잡기 버거워보였다.
이러한 ‘라인 브레이커’ 능력 외에도 프로 4년차를 맞아 시야도 넓어지고, 어깨싸움 노하우도 생겼으며, 슈팅 센스도 자연스레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 국가대표의 힘. 국가대표도 살 찌우고, 본인도 살 찌워 일석이조. 사진=MK스포츠 DB |
‘유비’ 유상철은 1998 프랑스 월드컵을 마치고 K리그로 돌아와 ‘다른 선수들이 발밑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월드컵과 같은 다수의 국제대회를 경험하며 자신도 모르게 실력이 향상한 것이다. 권창훈도 지난해부터 국가대표와 올림픽 대표를 오가며 더 ‘큰 선수’로 성장한 게 아닐까 싶다.
포항전을 관전한 박건하 국가대표팀 코치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여기서 보기엔 자신감이 더 붙은 것 같다”고 했다.
자신감은 움직임, 패스, 드리블 그리고 슈팅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슈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권창훈은 공간이 생기거나, 슈팅 각이 나오면 왼발을 휘두른다. 지난시즌 리그 35경기에서 총 62개의 슈팅을 쐈는데 올 시즌에는 5경기에서 17개를 때렸다. 챔피언스리그까지 포함할 때 8경기에서 27개를 기록 중이다.
크리스티아노 호날두(레알마드리드)가 몸소 보여주듯, 슛을 쏘지 않으면 득점할 수 없다.
또 하나의 비결로 권창훈이 강조하는 ‘팀’을 들 수 있다. 권창훈은 “우리 팀이 저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오늘 보면 알겠지만, 저한테 쏠려서 뭘 하지 않는다. (백)지훈이형이 공을 빼앗았고, 주위에서 도움을 줘서 골을 넣을 수 있었다. 나는 팀이 하고자 하는 걸 같이 하려고 할 뿐”이라고 의젓하게 말했다.
↑ 권창훈이 "팀"을 이해하기 시작하자 더 무서워졌다. 사진=MK스포츠 DB |
권창훈은 훈련장에서도 달라졌다. 나이는 아직 어린 축에 속하지만, 매탄고 후배들이 하나둘 팀에 입단하며 선배가 지녀야 할 책임감도 생겼다. 작년까지 귀여움을 받던 막내가 이제는 누군가를 챙겨주는 입장이 되었다. 이 과
구단 관계자는 “빵집을 하는 부모님 가게에서 빵도 가져와 선수들에게 나눠준다. 평소 조용한 편인데, 올해는 대화도 많아졌다. 작년까지 본인의 축구를 신경 썼다면 올해는 팀을 보기 시작한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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