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금통위원은 금리 인하를 주장하면서 경기 부양에 중점을 두면 비둘기파, 물가 안정을 중요시하면서 금리 인상을 주장하면 매파로 분류한다. 이번 금통위 인선으로 비둘기파와 매파는 각각 3명에서 2명으로 줄고 중립은 1명에서 3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를 놓고 종전 금통위원들은 비교적 성향이 뚜렷해 예측이 수월했다면 앞으로는 상황별로 견해를 달리해 금리전망이 보다 어려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고승범 위원과 조동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평소 경기 부양을 강조해 비둘기파로 분류되고 이일형 원장과 신인석 원장은 기준금리 변동에 신중론을 펼쳐 중립 성향으로 구분된다. 당연직인 이주열 총재와 장병화 부총재를 뺀 금통위원 5명만 놓고 보면 비둘기파 3명, 중립 1명, 매파 1명에서 비둘기파 2명, 중립 3명으로 달라진 것이다.
◆ 비둘기파 맏형 하성근 위원 퇴장
매일경제신문이 2013년 이후 기준금리 결정 시 소수 견해를 낸 금통위원을 살펴본 결과 기존 금통위원 성향은 비교적 뚜렷한 것으로 분석됐다. 금리 인하 주장은 하성근 위원이 8회로 가장 많고 이어 정해방 위원 3회(동결 1회), 정순원 위원 1회 순이었다. 이에 비해 문우식 위원은 동결을 5회 주장했다. 함준호 위원은 단 한 번도 소수견해를 내지 않아 철저한 중립 성향으로 분류된다.
종전 금통위 체제에서는 하성근 위원이 비둘기파의 맏형 격이었다. 그의 발언이 공개될 때마다 채권시장이 움직였다.
반면 이주열 총재는 최근 매파 행보를 보였다. 이 총재는 "근본적 경제 처방을 위해서는 통화정책보다는 구조개혁이 우선"이라고 강조해왔다. 이를 놓고 시장에서는 "금리를 낮추면 자금이 부실 기업에도 흘러가기 때문에 총재가 매파 본색을 보인다"는 평이 나왔던 바 있다.
◆ 고승범·조동철 경기부양론자
하성근 정해방 정순원 위원이 퇴장한 자리에는 고승범 위원과 조동철 수석이코노미스트가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승범 위원은 시장에서 비둘기파로 분류될 정도로 경기 부양론자로 꼽힌다. 2012년 초 금융정책국장으로 임명된 직후 부동산 경기 연착륙을 위한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방안을 낸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40세 미만 무주택 직장인에게는 10년 뒤 예상소득을, 은퇴 등으로 급여와 같은 소득이 없는 대출자에게는 자산소득을 인정해 DTI 비율을 높임으로써 부동산 구매력을 늘리는 효과를 겨냥한 정책이었다. 사무관 시절에는 현 기획재정부(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에서 근무하면서 경기 예측과 성장률 달성 방법에 대해 체득했다는 평을 받았다. 행시 28회 출신으로서 금융감독위원회에서 은행감독과장, 기획행정실장을 역임했고 2010년부터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책국장으로 일했다.
조동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립 성향이 일부 있는 비둘기파로 꼽힌다. KDI에서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을 맡아 성장률 회복 방안에 대해 여러 제안을 한 바 있다. 작년 5월에는 재정·통화·금융 당국 모두에 대해 비판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 그는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기획재정부), 재정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줘야 한다(한국은행),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금융위원회)'고 한 정책 당국 3곳의 엇박자에 대해 일제히 비판하며 역할론을 편 바 있다. 재정경제부 장관자문관 겸 거시경제팀장, 한국개발연구원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 미래기획위원회 위원 등을 거쳤다.
◆ 중립색 뚜렷한 신인석·이일형
금융투자업계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자본시장연구원을 총괄해온 신인석 원장은 교수 시절 '규율이 있는 금융'을 강조하며 금융위기 이후에 정부 개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자본시장연구원장 취임 이후에는 마이너스 금리 등 전 세계의 경기 부양책을 예의주시하되 환율 안정을 중시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여 '중립' 성향으로 구분된다.
그는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당시 재정경제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자본시장통합법 토대를 만드는 등 시장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출신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경제1분과 전문위원을 맡았던 인연이 있다.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도 중립으로 분류된다. 문우식 위원에 이어 새로운 금통위 라인업에서도 유일한 유럽파 출신이 된 그는 지난해 금리 인하론이 불거질 때 공식 석상에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우리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구조적 경기침체 국면에서 금리 인하가 별다른 실효성이 없다"는 등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에 회의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해왔다. 다만 그는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내수부진과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 문제 해결을 위해 특정 대상을 목표로 한 QE(Quantitative Easing·양적완화)가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다소 파격적인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다만 이는 기존의 발언과 논문 등을 토대로 한 분석으로 현직 금통위원으로 활동하게 되면 실제 활동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 아직 공식 임명이 안 된 새 위원들은 말을 아꼈다. 조동철 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임명 후에 언급을 하겠다"면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고승범 금융위 상임위원은 "지금 말하기 이르다"면서 "만약 (금통위원으로) 가게 되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경험을 살려서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았으니 책임감·부담감을 느끼고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시장 일각에서는 정부 연구기관 출신들이 정부에 보다 우호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금리 인하 요구에 좀 더 우호적인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놨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팀장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연구기관 출신이 금통위원 후보로 결정된 것은 채권시장에 우호적 재료"라면서도 "그러나 이들이 소속 기관을 떠나 개인 소신을 갖고 어떻게 통화정책을 이끌어갈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문홍철 동부증권 팀장은 "그간
[이상덕 기자 / 김혜순 기자 / 정의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