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다른 여성과 살림을 차리고 15년간 별거한 남편에게 이혼을 허용했다. 지난해 대법원이 혼인관계의 파탄 책임이 있는 배우자(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유책주의’ 원칙의 예외를 인정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이은애)는 남편 A씨가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 소송에서 “이혼을 허용하고 A씨가 위자료 8000만원을 B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시에 따라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거나 파탄의 책임을 상쇄할 정도로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뤄졌을 때, 세월이 흘러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때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9월 별거 기간이 오래된 경우나 가족 부양 책임을 성실히 이행한 경우 등은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하게 했다. 당시 대법원은 유책주의 원칙은 유지했지만 전체 대법관 13명 중 6명이 반대 의견을 내 이혼의 책임 유무를 가리는 것보다 혼인이 파탄된 상황을 중시해야 의견도 많았음을 보였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장기간 별거하며 부부관계가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렀고, 그 동안 서로 별다른 연락없이 지내며 관계회복을 위한 노력이 없었던 점을 감안할 때 파탄의 책임을 엄밀히 따질 법적·사회적 의의가 적다”고 봤다. 또 “원고가 피고와 자녀에게 생활비, 양육비 등으로 총 10억원 정도를 지속해서 지급하는 등 경제적 부양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별거 기간 동안 A씨가 상당한 돈을 B씨와 자녀들에게 이미 지급했다는 점을 고려해 재산분할 비율은 A씨 80%, B씨 20%로 정했다.
A씨는 1983년 B씨와 결혼해 자녀 둘을 낳고 살던 중 20
[부장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