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보고싶지만 조금은 참아야죠. 나태해질 수 있는 만큼 마음 다 잡고 공부하러 나왔습니다.”
체육학을 전공한 주호곤 씨(27·가명)는 하던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최근 경찰공무원으로 진로를 전향했다. 대구가 고향이라고 밝힌 주씨는 “시험이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아 고향에 갈 수 없었다”며 “연휴 기간동안 집 근처 도서관도 문을 닫아 걱정했는데 공부할 공간을 제공받을 수 있어 다행이다”라며 열의에 찬 표정을 지었다.
대체휴무로 설 연휴가 5일이나 주어졌지만 목표 달성을 목전에 둔 사람들에게는 그저 ’역전의 기회’이자 ‘기회의 시간’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남들이 쉬는 시간에 쉴 수 없다’는 한탄보다는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다’는 고진감래의 기대로 가득했다.
어학업체인 파고다어학원은 설 연휴기간 중 사흘(6~9일)동안 강남 종로 서면 등 전국 8개 지역 학원을 자습 공간으로 개방하는 ‘명절 대피소’ 이벤트를 개최했다. 학원 측은 오전 10시부터 문을 연다고 사전 공지했지만 이미 그 시각에는 50여 명의 학생들이 자리를 잡고 공부하고 있었다. 매일경제는 9일 파고다 강남학원을 찾은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을 만나 그들이 장기간의 설 연휴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들어봤다.
장동현 씨(24)는 “스터디 모임을 겸해서 학원이 문을 연 사흘동안 빠짐없이 출석했다”면서 “조금 늦게왔더니 자리잡기가 힘들어 오늘은 일찍 왔다”고 말했다. 장씨는 “올해는 목표로 해왔던 영미권 대학 교환학생에 꼭 붙고싶다”면서 “여름 방학에 토플 시험에 응시할 계획으로 공부중”이라고 밝혔다.
1년째 9급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이민지 씨(25·가명)는 “집에 있으면 설 연휴에 쉬고있는 가족들을 보고 휘둘릴 것 같아 학원으로 나왔다”며 “학원 측에서 간식도 제공해 줘 위로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올해 공무원 채용 인원이 2만명을 넘어 역대 최대규모라지만 방심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몇 명을 뽑든,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노력을 하든 오직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열심히 하는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해외 대학원 진학을 준비중인 천준모 씨(28)는 “희망하는 대학의 응시 기간 연휴와 겹쳐 쉴 여유가 없다”면서 “국내 대학원에 비해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지만 합격 통보를 받으면 다 잊혀질 고통”이라며 웃어보였다. 천씨는 “가족들과는 전화 통화로 안부를 주고받았다”며 “가족들이 보고싶지만 목표를 이뤄서 꼭 금의환향하겠다”고 마음
이번 ‘명절 대피소’는 이 학원에 수강하지 않는 사람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 큰 호응을 얻었다. 파고다어학원 관계자는 “사전신청 인원만 1400명에 달해 실제 이용자는 2000여 명을 넘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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