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에 대해 100만원 안팎 목표가를 제시해 온 국내 증권사에 대해 외국계 증권사인 씨티증권이 '고평가'라며 매도 의견을 제시하자, KB투자증권은 7일 이를 재반박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약업종 특성상 가정이 조금만 달라져도 신약가치 추정이 크게 차이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KB투자증권은 이날 한미약품에 대해 "주가는 아직도 싸다"고 강조하며 투자 의견을 '매수'로 제시했다. 목표주가로는 기존 증권사들 전망치 평균 수준인 100만원을 내놓았다.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달 한미약품의 5조원 기술 수출 발표 이후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현재 평균 목표주가는 97만4000원에 달한다.
정승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술이전에 성공한 파이프라인을 통해 내년 5520억원, 2017년 4140억원, 2018년 5230억원에 이르는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수취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폐암 신약의 가치를 6330억원, 혈액암 신약은 7040억원, 당뇨병 신약은 4조666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분석에 힘입어 이날 한미약품 주가는 전날보다 9000원(1.20%) 오른 75만9000원을 기록했다. 대형 수주에 성공하며 지난달 10일 87만7000원까지 급등한 뒤 조정을 겪었지만 반등한 것이다.
최근 주가 조정 이유는 한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 때문이었다. 이달 1일 씨티증권은 한미약품의 투자 의견을 종전 '매수'에서 '매도'로 하향 조정했다. 씨티증권이 제시한 목표주가도 39만4000원으로 보고서 제출일 당일 종가(82만6000원) 절반에도 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김상수 씨티증권 연구원은 "현재 밸류에이션은 피크세일즈(연간 최대 매출)와 신약 성공률을 글로벌 표준에 비해 높게 가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약품의 R&D 파이프라인 가치는 주당 28만원으로 시장 컨센서스에 비해 67%나 낮다"고 말했다. 특히 씨티증권은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신약 가치를 국내 증권사보다 현저히 낮게 평가했다.
한미약품이 프랑스 제약사인 사노피에 수출하기로 한 지속형 당뇨 신약 제품군 '퀀텀 프로젝트'에 대해 현대증권은 7조4000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봤지만, 씨티증권은 2조원으로 평가했다. 당뇨병 치료제에 이미 글로벌 제약사 6개가 경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컨센서스가 가정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점유율 30%'라는 조건이 과대평가됐다는 이유에서다.
김상수 연구원은 폐암치료제(HM61713)에 대해서도 "폐암 신약과 관련한 치열한 경쟁에 대해 시장이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컨센서스에 비해 92% 낮은 밸류에이션(900억원)을 매겼다. 면역질환 치료제인 HM71224에 대해서도 시장 컨센서스 대비 각각 81% 낮은 가치(2410억원)를 부여했다.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 전망이 이렇게 심하게 차이가 나는 것이 특별히 이례적인 현상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하태기 SK증권 연구원은 "아직 초기 단계이고 각 시장에 대한 가정 등을 조금만 달리 해도 큰 차이가 날
신약 관련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한미약품에 대한 기대감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수출 계약을 맺었다는 것만으로 그것이 다 팔릴 것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노현 기자 /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