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와 비주류 의원들이 4일 정면 충돌했다.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은 이날 혁신위 활동을 비판해 온 당 비주류 의원들에게 이례적인 쓴쏘리를 쏟아냈다. 비주류 의원들도 반격에 나서 혁신위와 당내 일부 세력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혁신위는 이날 국회에서 9차 혁신안을 발표하고 최고위원회 폐지 후 당을 이끌어 갈 새로운 지도부 체제를 공개했다.
혁신안을 발표한 직후 김 위원장은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혁신위를 폄하하는 이야기를 한 것은 예의에 벗어났다”며 “대표를 지낸 분으로서 무례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안 전 대표는 당의 변화를 이끄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안 전 대표를 비롯해 혁신위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을 해 온 김한길 전 공동대표를 겨냥해 “책임지지 않는 사람, 국민과 당원이 아닌 계파와 기득권을 위했던 사람들이 지도부에 있었기에 우리당이 지금 혁신의 수술대 위에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혁신위를 흔들고 혁신안을 바꾸려는 의도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다”며 “심지어 당의 이름으로 열매를 따 먹고 철새처럼 날아가려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혁신위원인 우원식 의원도 이날 안철수·김한길 전 대표를 향해 “혁신위 활동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인데 실패했다고 말씀하시는 건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이에 대해 “혁신 성공에 대한 판단은 혁신위도 정치인도 아닌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변화를 느끼지 못한 혁신은 실패다”라고 쏘아붙였다.
당 비주류도 맞불을 놓으며 안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 줬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의 혁신위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으로 본다”며 “더 혁신해야 하는데 혁신하지 못한 게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도 “혁신위가 핵심을 찌르는 혁신안을 발표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혁신위 대 비주류’ 대립 구도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당이 또 다시 내홍에 빠져들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위가 발표할 최종 혁신안(공천개혁) 방향에 따라 한동안 잠잠했던 ‘탈당’과 ‘신당’ 바람이 또 한번 야당을 뒤흔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혁신위는 이날 ▲당대표 1인 ▲5개 권역의 대표 5인 ▲여성·청년·노동·민생 대표 4인 ▲당연직 원내대표 1인으로 구성하는 ‘대표위원회’ 운영 방안을 공개했다. 지난 2차 혁신안 발표 당시 폐지하기로 했던 최고위를 대체할 기구다. 새로운 지도부는 다음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동시에 선출될 예정이다.
아울러 혁신위는 상설위원회인 ‘을지로위원회’를 전국위원회로 격상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현재 우 혁신위원이 ‘을지로위원회’를 이끌고 있어 ‘제 식구 챙기기’ 논란이
혁신위는 또 기득권 타파를 위해 ▲상임위원장, 원내대표, 국회의장의 특수경비 카드화 ▲당 소속 국회부의장, 원내대표, 상임위원장 특수활동비를 공개 ▲정책활동보조비·입법활동보조비에 경쟁, 공개 원리를 도입해 차등 지급 등 내용을 이번 혁신안에 포함했다.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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