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도 공세가 심상치 않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그리스 사태와 중국 증시 급락이 어느 정도 안정세를 찾았음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계속 팔아치우고 있다. 미국이 오는 9월께 기준금리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는 가운데 원화 약세가 예상되면서 환차손 우려가 떠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외적으로 그리스와 중국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가운데 국내 증시가 환율 리스크에 다시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17~24일까지 6거래일 연속 코스피에서 자금을 빼갔다. 이 기간동안 이탈한 자금만 1조462억원에 이른다.
이같은 흐름은 그리스와 중국 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던 7월 둘째주(6~10일)의 외국인 순매도 규모와 비교해도 적은 규모가 아니다. 당시 외국인 투자자들은 1조1346억원의 자금을 빼갔다. 이후 7월 셋째주에 순매수로 잠시 돌아서는 듯 했던 외국인들은 넷째주에 들어서면서 다시 매도세로 돌아섰다. 글로벌 증시 불안이 마무리되면서 외국인 이탈도 약해질 거라던 금융투자업계의 예상도 빗나갔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도가 거센 이유를 여러 가지 요인에서 찾았다.
우선 그리스와 중국 사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있는 점이 문제다. 안전자산 선호심리로 신흥국에서 이탈했던 자금이 정작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에서 외국인은 여전히 이탈 중이다. 외국인들은 7월20~23일 태국(-1억5500만 달러) 인도네시아(-300만 달러) 필리핀(-2200만 달러) 등에선 돈을 빼갔다. 17일부터 21일까지 3거래일 연속 외국인 순매수를 이어가던 대만도 22일과 23일엔 매도로 돌아섰다. 김승현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실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중국 증시와 그리스 사태에 대한 불안감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며 “상황이 장기로 흘러갈수록 우리 증시에 좋을 부분은 없다”고 진단했다.
중국 경제 불안과 그리스 사태를 제외하더라도 미국 금리인상이라는 장벽이 버티고 있다. 특히 미국 금리인상은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로 이어져 국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이달만 5% 떨어진 달러당 원화값은 24일 1170원선까지 내려갔다. 일각에선 하반기에 1200원대까지 진입한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원화값이 약세를 보이면 외국인 투자자는 환차손을 입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원화표시 자산 매입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원화값이 떨어지면 대형 수출주들이 실적 호조 기대에 오르던 과거 패턴도 기대할 수 없어 더욱 문제다. 엔저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원화값 하락 부분이 엔저로 상당 부분 희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렸을 때 외국인들이 자금을 많이 빼갔다”며 “대형 수출주에 환율 효과가 작용하는 것도 당장 기대하기 어려운만큼 코스피가 조정받을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이 다른 나라보다 강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국 증시를 떠받치는 대형주들의 실적이 썩 좋지 않기 때문이다. 2분기 어닝시즌이 본격화한 가운데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현대차와 대형 건설주 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내놨다. 조선업종은 대우조선해양에서 시작된 ‘실적 쇼크’ 우려가 다른 종목으로 퍼져나가는 모습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 상장사 중 컨센서스가 존재하는 165개사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2조5661억원으로 2개월 전보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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