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조선 왕실의 여성을 조명하는 특별전 ‘오백년 역사를 지켜온 조선의 왕비와 후궁’에서 병풍을 볼 수 있다. 7일부터 8월30일까지 계속되는 전시는 그동안 부정적이고 과장된 이미지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조선시대 왕비와 후궁의 삶과 생활상을 살펴보기 위해 준비됐다. 무진진찬도병과 함께 LACMA가 갖고 있는 작품인 ‘오백나한도’(五百羅漢圖)도 이번 특별전에서 공개된다. 중종의 계비이자 명종의 생모로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문정왕후가 발원한 불화다.
조선 임금은 태조부터 순종 황제까지 총 27명이다. 왕비는 계비를 포함해 45명이며 후궁 숫자는 왕비의 세 배에 이르는 130명 정도였다. 왕비는 반가 여식이지만 후궁은 양반은 물론 중인, 노비, 과부까지 신분이 실로 다양했다. 조선시대 왕비와 후궁은 평생 한 남자만을 바라보며 사는 구중궁궐의 외로운 여인들로 종종 묘사된다. 왕의 총애를 믿고 권세를 부리고 왕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격렬한 질투를 벌이는 이미지도 떠올려진다. 그들의 실제 삶은 어땠을까.
조선 왕비는 내명부 수장으로 아들을 낳아 왕위를 잇게 하고 왕이 붕어해 나이가 어린 세자가 즉위하면 수렴청정을 하기도 했다. 왕비와 세자빈, 후궁은 왕실 내의 엄격한 위계질서 아래 있었으며 지위와 역할은 물론 의복과 음식도 달랐다.
전시에서는 옷감의 색상으로 왕실 여성의 서열을 보여주는 황원삼, 홍원삼, 녹원삼과 왕비와 세손빈이 사용한 인장, 혼례 잔치에 쓰인 돗자리인 교배석과 동자상 등 유물 300여점이 선보인다. 이를 통해 간택된 사대부가의 여성이 왕비가 되는 과정, 왕실 여성이 받아야 했던 교육, 대통을 잇는 출산, 왕비가 누에를 치는 의식인 친잠례, 왕비와 후궁의 장례 등을 살펴본다.
나아가 왕실 여성의 문예활동, 신앙생활, 경제생활 등을 알아보고 ‘계축일기’, ‘한중록’, ‘인현왕후전’ 등 문학 작품으로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특히 왕을 낳은 후궁 7명을 모신 사당인 칠궁 가운데 영조의 생모인 숙빈 최 씨의 신위가 있는 육상궁(毓祥宮) 감실이 재현된다. 효성이 지극했던 영조는 생모의 사당을 궁으로 승격시켰고 어머니를 받들
[배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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