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루카스 하렐(30)이 114구 역투 끝에 시즌 5승이 불발됐다. 5이닝 동안 치솟은 투구수. 그러나 칭찬 받아 마땅했다.
LG는 정찬헌의 이탈로 불펜에 비상이 걸렸다. 믿고 맡길 셋업맨이 부족한 상황. 선발투수의 이닝이터 역할이 중요해졌다. 루카스는 올 시즌 선발 등판한 14경기서 경기당 평균 5이닝 정도를 소화했다.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루카스의 호투가 절실했다.
↑ 26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5회초 무사 1,2루 상황에서 2루수 실책으로 2루주자 NC 김종호가 홈인하자 LG 선발 루카스가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잠실)=곽혜미 기자 |
삼진을 7개나 잡은 호투였으나 투구수가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늘어난 투구수의 이면에는 수비 실책이 숨어 있었다. 마운드에서 쉽게 흥분한다고 비난할 수 없었다. 루카스의 좋았던 리듬을 깬 결정적 실책들이 밸런스를 무너뜨렸다.
루카스는 출발이 화끈했다. 1회초 세 타자 13구 연속 삼진 아웃. 타선도 도왔다. 1회말 정성훈의 선제 3점 홈런으로 3-0 리드를 잡았다. NC전 6승1패1무로 강했던 LG의 천적 본능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러나 곧바로 2회부터 수비가 흔들렸다. 루카스는 에릭 테임즈를 3구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한 뒤 이호준에게 첫 우전 안타를 맞았다. 위기감은 없었다. 이종욱을 2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병살까지 가능한 순간. 2루수 백창수가 송구 실책으로 주자를 모두 살렸다. 흔들린 루카스는 결국 밀어내기 볼넷으로 첫 실점을 했다. 비자책으로 기록됐으나 기분 나쁜 실점이었다.
루카스는 3회 다시 안정을 찾았다. 테임즈에게 볼넷을 내주긴 했지만, 삼진 1개를 엮어 세 타자를 범타 처리했다. 4회 위기도 스스로 넘겼다. 선두타자 이종욱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 2사 1, 3루 위기에 몰렸으나 박민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루카스를 다시 괴롭힌 것은 또 결정적 실책이었다. 3-1인 5회초 김종호의 내야안타와 나성범의 기습번트로 무사 1, 2루를 허용했다. 루카스는 테임즈를 3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5-4-3 병살 코스. 3루수 히메네스의 송구를 받은 2루수 백창수가 또 송구 실책을 저질러 3루 주자 김종호를 그대로 홈으로 불러들였다. 루카스는 추가 실점 없이 3-2로 앞선 승리 요건을 만들며 5회까지 책임졌으나 투구수가 110개를 훌쩍 넘은 뒤였다.
승운도 따르지 않았다.
LG는 결국 7회와 9회 추가 3실점을 더하며 3-6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NC전 압도적 우위에도 초반 페이스를 지키지 못하고 3연승도 불발. 그러나 루카스는 자신의 역할을 다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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