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PC방에는 200석의 자리가 초·중학생으로 꽉 차 있었다. 인근의 텅 빈 학교 교실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이 PC방 주변에는 초등학교 2곳, 중학교 2곳, 고등학교 1곳이 몰려 있다. 이 중 초등학교 1곳은 이날까지 휴업 중이었고 나머지 1곳은 오는 19일까지 휴업을 할 예정이다.
PC방에서 만난 이 모군(11)은 “9일부터 학교에 가지 않았는데, 늦잠도 잘 수 있고 친구들과 PC방에 올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 PC방 직원은 “메르스 감염이 걱정된다는 이유로 성인 이용자는 줄었는데 휴업으로 학생들은 오히려 늘었다”고 전했다.
사교육 시장도 건재했다. 목동과 강남 등에서 학원을 운영 중인 교육기업 하늘교육의 이날 기준 학생 결석률은 5% 수준으로 메르스 발생 이전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임성호 대표는 “고등부는 결석이 거의 없다”며 “학교들은 ‘휴업하라’는 민원을 많이 받는데 학원에 대해선 그런 요청이 이번 주들어 뚝 끊겼다”고 밝혔다.
공교육이 마비된 틈을 타 개인 과외도 성행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과외 교사를 따로 고용해 자녀가 집에서 교습을 받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학부모는 하루 10만~20만원의 교습비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학교 휴업에 아이들 맡길 곳을 찾지 못한 맞벌이 부부들이 대거 동참하고 있다. 서울 방화동에 사는 최 모씨(43·여)는 “지난 9일부터 초등학생 두 딸을 위해 과외 선생님을 구했고 학교 휴업이 끝날 때까지 아이들을 부탁할 것”이라며 “하루 15만원씩 교습비를 지불하기로 했고 주변에 다른 엄마들 몇몇도 이렇게 임시로 과외 선생님을 구해서 아이를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 휴업 학교 수는 2903곳(교육부 기준)에 달해 전체 학교의 10%를 훌쩍 넘겼다.
학교 휴업이 계속되면 공교육은 정상 수업 일수도 채우지 못해 파행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은 주요 학교들에게 15일부터 수업재개를 권고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15일부터 일단 수업을 재개하고 방역 체계를 갖추는 학교의 ‘능동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메르스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어 경기 등 일부 지역 학교들은 휴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14일
평택은 100% 수업재개를 결정했고, 수원·부천·안성·용인은 90% 대의 복귀율을 보였다. 화성·오산지역 복귀율은 68.6%에 그쳤다.
[지홍구 기자 / 문일호 기자 / 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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