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경영참여 목적으로 삼성물산 지분을 대량으로 매입한후 합병 반대의사를 표명하면서 2003년 있었던 ‘SK-소버린 사태’가 재연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물산 주가가 최근 급등한 만큼 엘리엇의 이번 지분 매입이 ‘먹튀’ 의도가 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지배구조 이슈를 근간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결집할 가능성에 대한 경고도 나오고 있다.
특히 엘리엇이 4일 삼성물산 지분 7.12%(1112만5927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한데 이어 추가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이날 국내 한 증권사 창구에는 외국계 기관투자자가 외국인전용 주식거래계좌(DMA)를 통해 155만주(1%)를 대량으로 매수했다. 매수주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엘리엇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엘리엇이 적극적으로 삼성물산 지분인수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실제 외국인들은 현재 주가가 주식매입청구가격보다 높은지 여부보다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 불리하다는 점에 큰 불만을 품고 있다.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 대표는 “엘리엇은 소버린과 무게감이 다른 헤지펀드”라며 “단기 차익 추구보다는 근본적인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해온 곳이기 때문에 외국인들로부터 신망이 두텁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자들과 연대해서 삼성물산 대주주에 맞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지난 3일 기준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물산 지분을 32.11% 보유하고 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소량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대주주 위주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는 한국 대기업에 대해 큰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며 “그동안 외국인의 움직임이 없었던 건 단지 앞장서서 이 이슈에 문제를 제기하는 외국인 투자자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 2의 SK-소버린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지난 2003년 영국 소버린자산운용은 SK 지분 14.99%를 사들여 1대주주로 오른 뒤 경영진 교체를 주장하며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그룹해체로 연결될 수 밖에 없는 SK글로벌(현SK네트웍스)의 청산을 고집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후 소버린은 2005년 7월 8000억원의 차익을 실현하고 철수했다.
엘리엇이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합병비율에 불만의 품은 주주들은 법원에 ‘반대주식 매수를 위한 주식매수가격 결정 신청’을 할 수 있다. 한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주식매수가격 소송에서 법원이 주식매수가액을 애초 회사가 제시했던 가격의 2배에 이르는 수준으로 인정해준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2011년 동양메이저의 한일합섬 합병 관련 주식매수가격 소송 판결 당시 법원은 주식매수가격을 3835원으로 애초 제시가격 대비 60.5% 인상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종전부터 5%에 가까운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가 최근 지분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4일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공시한 삼성물산 지분보유 보고서에 대해 정정공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날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지난 3일 삼성물산 지분 7.12%(1112만5927주)를 주당 6만3500원에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보유 지분이 5% 이상일 경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53조 규정에 따라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통해 지분 보유 내역을 공시해야한다.
문제가 된 것은 엘리엇 매지니먼트사가 삼성물산 지분 7.12%를 모두 전날 장내 매수한 것처럼 보고했기 때문이다. 엘리엇 매니지먼트사는 종전부터 삼성물산 지분 4.95%를 보유하고 있었고 지난 3일 2.17%를 추가 확보한 것이라는 게 금감원의 정정공시 요청 사유다. 금감원 관계자는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시간 여유를 두고 보고한 만큼 공시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오해 소지가 있는 만큼 정확히 공시하도록 정정 요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설명에도 불구하고 지난 3일 하룻동안 2.17%의 지분을 매입했음에도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은 것은 미스테리에 가깝다는 게 금융투자업계가 품는 의문이다. 3일 하룻동안 전체 거래량(417만주)의 80% 가량이 한 매수주체에 의해 거래 됐음에도 이날 주가는 오히려 0.79%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내 시장에서 엘리엇의 창구 역할을 한 A증권사 관계자는 “3일 외국인 매수량과 매도량이 각각 349만주, 339만주로 전날(각각 17만주, 13만주)보다 급증했는데 이는 엘리엇이 계좌간 자금이동을 했기 때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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