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부산)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잭 한나한(35)이 기대하지 않았던 타격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다. 그런데 그를 기대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타격이 아닌 수비다.
LG의 외국인 타자는 시즌 개막 전부터 초미의 관심이었다. 포스트시즌의 영웅이었던 브래드 스나이더(넥센 히어로즈)를 과감히 포기했다. 대신 메이저리그 출신의 베테랑 내야수 한나한을 영입했다. 무려 1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기대치는 높았다. LG의 선택은 두 가지였다. 확실한 거포 혹은 3루수를 맡아줄 외국인 선수를 원했다. 거포 찾기는 하늘에 별 따기. 차선책으로 수비에 무게를 뒀다. 잠실구장의 여건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한 방보다 한 타를 택했다.
그래서 뽑은 외국인 타자가 한나한이다. 거포 스타일은 아니지만, 타격은 준수할 것이라 판단했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LG로서는 찬스에서 정확한 타격과 장타 정도를 기대했다. 홈런까지 쳐주면 고마운 일. 믿는 구석은 수비였다. 3루수를 맡아줄 최고의 내야수를 찾았다.
그러나 한나한은 부상에 시달렸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 자취를 감췄고, 시즌 개막 한 달이 넘도록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사이버 용병’이라는 비아냥거림도 들었다.
한나한은 지난 7일 잠실 두산전에 첫 출전했다. 반가운 소식. 지명타자로 나서기 시작해 1루수 수비까지 커버하고 있다. 그가 출장한 13경기 중 11경기에서 안타를 기록했다. 시즌 타율 3할5푼. 홈런도 2개를 때려냈다.
가장 주목해야 할 기록은 OPS(출루율+장타율)다. 10할을 돌파해 1.071을 찍었다. 장타율은 6할에 달하고 출루율도 4할7푼1로 높다. 5~6번 타순을 맡으면서 자신의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해내고 있다. 지난 22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5타석에서 들어서 2타수 2안타 2볼넷 희생타 1개 4타점으로 팀의 대승을 이끌었다. 벌써 11타점 8득점을 올렸다.
기대하지 않았던 타격에서 충분한 합격점을 받았다. 한나한에게 거는 기대감이 상승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나한은 메이저리그에서 8년을 뛴 베테랑 내야수. 특히 수비 스페셜리스트로 활약했다. LG는 핫코너에 비상이 걸렸다. 손주인과 정성훈이 모두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한나한에게 거는 기대감도 더 커졌다.
아직 한나한은 3루수로 나서기 힘들다. 롯데와의 주말 3연전에서도 3루수로 뛰는 한나한을 볼 수는 없을 전망. 강습 땅볼을 잡아 송구까지
뒤늦은 합류와 수비 공백. 그를 실패한 외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직은 시기상조다. 남은 경기수만 100경기다. 한나한이 ‘완전체’로 나설 시간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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