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tvN ‘SNL코리아’가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의 단골 재기 발판이 되면서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개그맨 이수근은 ‘SNL코리아’의 출연을 알렸다. 그의 출연은 절친 김병만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김병만은 오는 16일 ‘SNL코리아’의 호스트로 출연하는데, 김병만은 도박 혐의로 물의를 빚고 긴 시간 자숙 중이던 이수근의 출연을 제안해 그의 브라운관 복귀가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수근의 복귀에 대해 소속사 측이나 방송사 측도 매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수근의 소속사 SM C&C 관계자는 “이수근의 ‘SNL코리아’ 출연은 아직 복귀라고 하기 이르며 일회성 출연”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고, ‘SNL코리아’ 제작진도 “방송을 통해 확인해달라”고 말을 아꼈다.
↑ 사진=MBN스타 DB |
하지만 이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도박 혐의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것을 순순히 인정하고 스스로 자숙 기간을 가진 이수근을 향해 응원을 보내는 이들도 있으나 아직까지는 “또 이렇게”라는 반응이 많다. 간간히 근황이 기사화된 탓에 이수근을 향해 “그렇게 조금씩 나오다가 ‘SNL코리아’로 본격 복귀를 하려는 것 아니냐”고 미심쩍은 반응을 보이는 시청자도 있다.
이수근은 2013년 불법 스포츠 도박에 연루돼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를 받고 자숙의 기간을 가졌다. 햇수로 약 2년 째 방송 출연을 하지 않고 있다. 같은 혐의로 자숙의 기간을 가졌던 방송인 붐은 작년 11월 E채널 ‘용감한 작가들’을 통해 방송가로 복귀했고, 양세형은 작년 8월 tvN ‘코미디 빅리그’에 깜짝 출연하며 방송을 이어갔다. 이에 비하면 꽤 긴 자숙 기간을 가진 셈이다.
무엇보다 재기의 시동으로 해석되는 이수근의 첫 방송 복귀가 tvN ‘SNL코리아’라는 점이 흥미롭다. ‘SNL코리아’는 그간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의 단골 복귀 무대가 된 바 있기 때문이다. ‘음주 운전’으로 자숙의 기간을 가진 가수 김상혁과 차량 절도 혐의를 가진 개그맨 곽한구도 ‘SNL코리아’에 얼굴을 비추며 대중들에 다시금 인사를 건넸다. 도박 혐의로 물의를 빚은 개그맨 황기순도 비슷한 수순을 밟았다.
왜 하필 ‘SNL코리아’는 이런 자숙의 기간을 가진 연예인들의 단골 복귀 무대가 된 걸까. 일단 프로그램의 특성이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다. ‘SNL코리아’는 셀프 디스가 특색인 프로그램이다. 호스트들은 과거의 열애설, 흑역사와 같은 자신의 치부를 ‘SNL코리아’ 안에서 웃음 요소로 승화시킨다. 비판과 풍자가 뼈대이기 때문에 연예인들이 스스로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행위도 용납되는 분위기가 ‘SNL코리아’ 시청자 사이에서는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로는 김상혁, 황기순, 곽한구, 유세윤이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을 패러디해 자신들이 저지른 죄를 활용한 ‘나쁜 연예인들을 잡는 녀석들’편을 들 수 있다. 도박, 차량 절도, 음주 운전과 같은 죄목은 충분히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지만, 이를 비틀어 셀프 디스를 벌임으로서 사람들에 불편함 대신 웃음을 주는 사례가 됐다. 스스로를 비판하는 셀프 디스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치부를 ‘까발림’으로서 대중에 용서를 구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어 복귀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기도 하다. 셀프 디스를 주무기로 삼는 ‘SNL코리아’는 이런 면에 있어서 자숙의 기간을 거친 연예인들이 부담을 줄이고 출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 사진=SNL코리아 방송 캡처 |
또한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것도 한 몫 한다. 지상파 프로그램은 아무래도 케이블 방송사보다 규제가 엄격하고 전 연령층이 시청하는 프로그램이 많아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크다. 하지만 ‘SNL코리아’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가 형성돼 있고, 출연 연예인에 좌우되지 않는 탄탄한 고정 팬층이 있기 때문에 이런 거부감에 대한 부담이 덜 하다.
이런 특징 때문에 ‘SNL코리아’에서는 유독 복귀를 알리는 연예인들이 많이 등장했다. 최근 ‘옹달샘 논란’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개그맨 유세윤도 ‘SNL코리아’에서 “제가 이럴 때가 아니다”라며 이례적으로 자신의 논란을 언급했고, 이수근도 오랜만에 브라운관 나들이에 나섰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니 “‘SNL코리아’는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에 관대하다”는 오명을 쓰게 됐다.
‘SNL코리아’의 팬들도 이는 분명 경계해야 할 점이라는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자꾸만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의 ‘재기의 발판’으로 취급받는 것은 프로그램의 이미지를 위해서는 좋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셀프디스를 재기의 수단으로 변질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계속되는 만큼 ‘SNL코리아’도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을 등장시키는 방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시청자들은 입을 모았다.
다행히 이번 이수근의 출연은 그동안 자숙을 끝내는 연예인들의 단골 메뉴였던 셀프디스를 탈피했다. 이수근은 프로그램에서 김병만과 함께 배우 송중기가 출연한 영화 ‘늑대소년’의 패러디 콩트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해졌다. 셀프 디스가 아닌 개그 연기를 통해 전면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수근의 출연으로 과연 ‘SNL코리아’의 물의 연예인 콩트 패러다임도 새롭게 변화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김병만이 호스트로 등장하고 이수근이 특별출연하는 ‘SNL코리아’는 오는 16일 방송된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