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수사 후 기소는 위법” 대법 판결

이른바 ‘함정수사’로 범죄를 유발하는 것은 위법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혐의는 공소기각되는 것이 옳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정 모씨(47)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9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정씨는 2013년 9월부터 11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필로폰 11.5g 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기소됐다. 문제는 경찰이 제보자 강 모씨와 짜고 정씨가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르도록 함정을 파놓은 데 있었다.
강씨는 필로폰 투약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상태였다. 강씨는 검찰의 ‘함정수사’ 제안을 뿌리치지 못하고 덫을 놔 정씨를 검거하는 데 협조했다.
1심은 이 부분을 잡아내지 못하고 정씨의 모든 혐의에 유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심은 “수사기관은 강씨에게 마약 매수대금을 제공하고 검거 장소 및 검거 방법을 상의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관이 선처를 바라는 강씨와 함께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정씨로 하여금 필로폰 매매알선에 대한 범행을 저지르도록 유발케 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2013년 11월 한 차례 이뤄진 함정수사 부분의 공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항소심을 받아들이고 나머지 혐의를 유죄 판단한 채 정씨에 징역 1년 9월 실형을 확정했다.
[김세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