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항상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러나 지난 겨울에는 맨 위에 있지 않았다. 또한,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토록 ‘빅리거’를 꿈꿨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문턱이 아니라 벽이었다. 구단에서 ‘최고’ 대우를 해줬으나, 그만큼 ‘최고’ 실력을 보여줘야 할 차례다. 김광현(SK), 양현종(KIA), 윤석민(KIA)의 절치부심, 2015시즌 프로야구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미국 물도 먹지 못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하고 당당하게 노크를 했지만, 돌아온 반응은 차가웠다. 류현진(LA 다저스), 윤석민에 이어 최고 투수들의 ‘러쉬’가 펼쳐지는가 싶었지만 그들은 결국 한국에 남았다. 1년 먼저 도전했던 윤석민 또한 메이저리그 무대를 결국 밟지 못하고 ‘U턴’을 택했다. 초라한 귀국길이었다. 아픔이 없다고 하기 어렵다.
↑ 김광현은 세 차례 시범경기에서 두 차례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체인지업까지 장착한 그는 더욱 가치있는 선수가 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사진=옥영화 기자 |
윤석민의 몸값은 이들보다 더 ‘억’소리가 났다. KIA는 윤석민과 총 90억원에 4년 계약을 했다. 계약금만 40억원에 연봉이 12억5000만원이었다. 최고의 투수였던 건 맞다. 또한, 현재 토종투수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인재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비싸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없지 않다. 또한, 자존심을 지키는 건 돈이 아니라 실력이다. 스스로 이겨내며 보여줘야 한다.
일단 이들을 향한 기대는 크다. 시범경기를 통해 기대치는 올라갔다. 체인지업을 장착한 김광현은 세 차례 등판해 평균자책점 2.25(12이닝 3실점)를 기록했다. 13일 NC전에서 4이닝 3실점을 했지만 7일 롯데전과 19일 KT전에서는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투구수 조절로 효율적인 경기 운영을 했으며, 슬라이더의 각은 더 예리해졌다. 특히, 피안타율이 1할대(1할9푼5리)에 그쳤다.
양현종과 윤석민도 각오를 다지고 있다. 스프링캠프 도중 하차(양현종)하거나 오랫동안 실전 감각이 부족(윤석민)했기에 우려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시범경기를 통해 순조롭게 몸을 만들었다.
기록적으로 살피면 짠물투는 아니었다. 양현종의 시범경기 평균자책점은 4.50이다. 퍼펙트 피칭을 했던 11일 삼성전을 제외하고 매 경기 실점했다. 그러나 점점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상대를 압도해나갔다. 마지막 등판이었던 21일 KT전에서는 최고 구속 149km의 빠른 공을 던졌다. 투구이닝도 5이닝으로 늘리면서 개막전 선발 등판 준비를 끝마쳤다.
↑ 양현종은 해외 진출 실패가 좋은 약이 됐다고 했다. 윤석민과 원투펀치로서 어떤 활약을 펼칠 지가 관심사다. 사진=천정환 기자 |
이들의 역할은 크다. 한 해 농사가 이들의 어깨에 달렸다.. SK는 삼성의 5연패를 저지할 후보로 꼽힌다. SK가 잘 하기 위해선 김광현의 호투가 뒷받침돼야 한다. KIA 또한 하위권으로 분류됐지만 윤석민의 가세로 막강한 선발진을 구축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KIA가 판을 뒤흔들기 위해선 ‘원투펀치’ 윤석민-양현종의 활약이 필요하다.
몸은 제대로, 그리고 잘 풀었다. 이제 그들은 정규시즌에서 해외 진출 실패의 아쉬움을 씻고자 한다. 각오는 다부지다. 양현종은 “아직 해외 진출의 꿈을 포기한 건 아니다. 다시 도전할 것이다. 또한, 지난해 해외 진출 무산이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어느덧 나도 9년차다. 의기소침할 경우, 팀에 마이너스만 준다. 이제는 내가 팀을 이끌어가야 할 때다. 무조건 지난해보다 더 잘 던지는 게 목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 윤석민의 몸 상태는 좋다. 실전 감각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내용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둘 다 순조롭기만 하다. 사진=천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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