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자기자본투자(proprietary trading)를 통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며 연초 증시 약세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증권업계는 올해 코스피에 대해 희망적인 전망치를 밝히면서 고객 투자를 유도해 놓고 정작 자기자본투자에서는 주식을 적극적으로 팔아치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권사(금융투자)들은 올해 들어 코스피에서만 주식 691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증권사 주식 매도가 시작된 지난달 29일까지 기간을 확대해 계산해보면 순매도 규모는 7거래일간 9289억원으로 늘어난다. 증권사들은 이 기간에 하루도 빼놓지 않고 주식을 팔았다. 이는 고객에게서 예탁받은 계정이 아닌 증권사 자체 자금으로 투자하는 ‘제 주머니’를 뜻한다.
투자 주체별 자금 흐름을 살펴보면 연초 코스피 약세를 사실상 증권사들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증권사들의 순매도 규모는 연초 코스피 약세 주범으로 지목된 외국인의 같은 기간 순매도 액수(4912억원)를 훌쩍 뛰어넘는다. 보험(114억원) 은행(678억원) 사모펀드(2640억원) 등 여러 기관투자가들과 비교했을 때도 순매도 규모가 무척 크다.
증권사들은 작년 말 리서치센터를 통해 희망적인 2015년 증시 전망을 내놨다.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대신증권 하나대투증권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종금증권 키움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 상단이 2200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NH투자증권(2180) 현대증권(2150) IBK투자증권(2150) 등도 예상 상단을 높게 제시했다.
게다가 적어도 코스피 1900선이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본 증권사들도 적지 않았다. 따라서 장밋빛 전망을 제시해 놓고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며 증권사들이 연초 증시 약세의 주범 역할을
증권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투자자들은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이다. 실제 증권사 전망만 믿은 개인들은 같은 기간 7092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증권사 물량을 고스란히 받는 모습을 보였다. 개인 자금 비중이 큰 펀드(투신)들도 254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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