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선수 계약과 연봉협상이 FA 장원준 영입이라는 왜곡효과에 영향을 받고 있다.
두산은 지난 겨울 FA 시장서 장원준을 4년 총액 84억원에 영입하며 화끈하게 돈을 썼다. 이는 투수 FA 역대 최고 몸값. 그간 FA 영입에 인색했던 두산 답지 않은 행보였다. 장원준은 사실상 두산의 첫 외부 FA나 다름없다. 물론 두산은 앞서 홍성흔, 이혜천을 FA 계약으로 데려온 적이 있지만 이 선수들은 모두 두산 출신의 선수들. 친정팀 복귀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 의미에서 장원준의 계약은 사실상 첫 외부 인사의 거액 배팅의 영입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계약이 결국 이후 계약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됐다. 구단의 통큰 행보로 인해 계약 당사자들의 심리적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후 계약들은 구단의 기대대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기 어렵다. 심리적인 기대는 당연하다. 결국 이것이 ‘장원준 계약의 왜곡효과’인 셈이다.
↑ 사진=MK스포츠 DB |
결국 조건이 문제다. 물론 니퍼트와의 재계약에 난항을 보이고 있는 것이 장원준의 FA 계약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 광풍이 일었던 FA 시장에서 두산이 보여준 적극적인 투자를 니퍼트 측이 간과했을리도 없다. 실제로 두산은 계약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니퍼트가 미온적이라는 것이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니퍼트도 자신의 기여도와 위치를 모를리 없다. 더군다나 장원준 계약이라는 지렛대가 생겼다. 니퍼트가 특정 구단 등과 교감하고 있지 않음에도 계약을 늦추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이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연봉협상도 난제가 남았다. 두산은 지난 18일 연봉협상을 마친 9명의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타결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두산은 앞서 양의지의 연봉을 2억원에 동결시키는 등 선수들의 개인 고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 성적도 반영했다.
구단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일리 있는 결정이다. 하지만 선수들의 입장은 또 다르다. 특히 고액 연봉 선수들의 경우에는 ‘장원준 영입’을 보면서 눈높이가 높아졌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의 경우 상대적 박탈감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 협상 테이블이 차려지기 전 다수의 선수들은 실제로 구단의 FA 행보를 보며 훈풍이 부는 연봉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상승 요인이 뚜렷한 선수들이 다수다. 먼저 좌완 유희관은 올해 30경기에 등판해 12승9패에 4.42의 평균자책점으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다. 177⅓이닝(4위)을 소화했는데 이는 단연 토종 투수 가운데는 1위 기록이었다. 팀의 위기상황에서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킨 공도 크다. 올해 유희관은 연봉 1억원을 받았다.
구단의 간판 타자인 김현수, 오재원, 민병헌 역시 고액의 인상이 유력하다. 인천아시안게임에 승선하는 등 올해 톱타자로 맹활약한 민병헌은 올해 연봉 1억4500만원을 받았다. 타율(0.345) 안타(162개) 득점(85점) 2루타(31개) 모두 팀내 1위. 12홈런과 79타점을 기록하며 장타력도 뽐냈다. 두산의 입장에서는 인상 수준을 어떻게 잡아야할지가 고민이다.
김현수(4억5000만원)와 오재원(1억7000만원)은 예비 FA 신분이기에 셈법이 더욱 복잡하다. 구단의 입장에서는 내년 FA를 앞두고 구단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동시에 현실적으로 만약 붙잡을 수 없을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선수들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시기인데 구단의 ‘빅딜’까지 직접 목격했다. 결국 대폭 인상이 유력한데 주력 선수이자
사실 FA 계약과 내부 계약은 실제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분명히 상황이 다른 별개의 경우다. 하지만 그럼에도 FA시장의 ‘큰손’과 외인계약과 연봉협상의 ‘짠물’ 행보의 온도차는 당사자들이 납득하기 어렵다. 두산이 ‘장원준 왜곡효과’에 고심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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