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1월 26일(06:0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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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이 정유업계 전반에 드리운 암운을 피해가지 못했다. 회사채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관투자가들의 주문이 저조하자 금리를 높여 투자자를 모집해야 했던 것. 사실상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정유업체들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신용등급 AA+)이 이달 27일 총 365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지난 20일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5·7·10년물에 각각 1700억원, 800억원, 1700억원의 주문이 들어온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모집액을 조금 넘기는 4200억원의 수요가 들어온 것이다. 7년물은 1000억원 모집에 800억원만 들어와 미달사태를 빚었다.
이에 에쓰오일은 5·7·10년물을 각각 1650억원, 1000억원, 1000억원씩 조달하려던 계획을 수정해 각각 1550억원, 800억원, 1300억원으로 규모를 조정했다. 10년물 비중을 늘리면서 조달구조를 장기화 할 수 있게 됐다.
에쓰오일의 이번 수요예측은 결과만 놓고 보면 선방한듯 보이지만 과정을 들여다보면'굴욕'이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당초 제시한 공모희망금리에 투자 수요가 모이질 않아 한 차례 금리를 높여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쓰오일은 당초 수요예측 금리를 각 만기별 개별민평수익률에 '-0.18%포인트~0.02%포인트를 가산한 이자율'로 제시했으나, 실제 수요예측에서는 '0.05%포인트를 가산한 이자율'로 수정했다. 금리를 높였음에도 7년물은 미달이 났으니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특히 에쓰오일이 AA+등급 초우량 발행사임을 감안하면 이번 수요예측의 저조한 성적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올 들어 대기업들의 신규 투자 감소로 회사채 발행량이 줄어들면서 초우량 등급 회사채에 대한 기관들의 매입 경쟁이 치열해져 완판 행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쓰오일의 이 같은 상황은 최근 정유업계 전반의 업황 침체와 실적 하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정유업체들은 정제마진 하락으로 실적이 계속 악화되는 추세인데다 국제 유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적 개선도 쉽지 않다는 관측에 시달리고 있다. GS칼텍스와 SK에너지는 신용등급 전망마저 '부정적'으로 조정되고, 회사채 가격도 떨어지는 등 업계 전반의 상황이 좋지 않다. 에쓰오일은 그나마 신용등급 '안정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번 회사채 발행에서 업계에 드리워진 암운을 피할 수 없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유업계를 비롯해 조선, 화학 등은 조만간 신용등급 하락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기관들 입장에서는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채에 선뜻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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