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세영 기자] “일당백(一當百)으로 싸워준 넥센 팬들에게 감사드립니다.” 2년 연속 최고 구원투수상을 수상한 손승락(32·넥센 히어로즈)이 지난 18일 시상식장 단상에서 팬들에게 전했던 인사다.
팬들의 '일당백'은 뭉클한 감동이었지만, 올해 넥센에게 '일당백'은 끝내 안타까운 말이 됐다.
'기록의 팀' 넥센은 2014시즌 남부러울 게 없는 팀이었다. MVP 서건창(200안타)을 비롯해 박병호(50홈런) 강정호(유격수 최초 40홈런) 7년 만에 나온 20승 투수 밴헤켄과 승률왕 소사(0.833), 2연속 홀드왕 한현희(31홀드), 그리고 세이브왕 손승락이 뛰었다. 삼성과 승수가 같았던 정규시즌 2위팀(78승48패)이고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준우승)을 일궈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를 패한뒤 눈물을 보였던 염경엽 감독 만큼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샀던 마지막. 넥센에게 부족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MK스포츠는 2014시즌 한국야구를 결산하면서 먼저 포지션별로 올해의 그라운드를 되돌아봤다.
↑ 넥센의 선발은 밴헤켄(좌) 소사(우)가 중심이 됐다. 넥센은 확실한 제 3선발이 없어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사진=MK스포츠 DB |
① 마운드-선발
▲다 가진 넥센 ‘토종에이스’ 없었다
넥센은 확실한 제 3선발 즉, 마땅한 ‘토종 에이스’가 없었다. 시즌 내내 선발진의 부족은 넥센의 고민거리였다.
벤헤켄(QS: 18경기)과 소사(12경기)만이 제 역할을 했을 뿐 안정된 선발진을 조각하지 못했던 넥센이 결국 포스트시즌에서 절감해야 했던 것은 '선발은 일당백을 할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3명의 선발로 투수 엔트리 부족을 감당했던 넥센은 '토종에이스' 윤성환이 MVP급 활약을 펼친 삼성을 이겨낼 수 없었다.
선발 마운드는 한명이 잘한다고 팀의 전력을 완성할 수 없다. 시즌 전체를 놓고 본다면 안정된 선발이 최소 3명은 있어야 하고,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꾸준히 채울 수 있는 4, 5선발까지 있다면, 금상첨화다. 여기까지 가능하다면 시즌 내내 상위권이 가능하다. '20승투수' 밴헤켄이 일당백을 해주긴 했지만, 결국 넥센에게는 모자랐던 선발 마운드의 높이. 올해 삼성과 NC는 곧 잘 해결했다.
↑ 삼성은 토종 에이스 윤성환이 있어 팀에 큰 보탬이 되었다. 사진=MK스포츠 DB |
▲삼성-NC, ‘타고투저’ 속 든든했던 선발
지난 시즌 유례없는 ‘타고투저’ 현상으로 9개 구단의 마운드는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선발진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성공이었던 시즌, 삼성과 NC가 '생존자'다.
삼성과 NC가 각각 정규시즌 1위와 3위를 차지한 데는 선발투수진들의 고른 활약이 돋보였다. 마운드가 안정되니 타격도 불을 뿜을 수 있었다.
두팀은 선발진의 퀄리티스타트 갯수에서 삼성(63경기), NC(59경기) 순으로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선발이 어느 정도 버텨줬던 팀들은 여지없이 성적이 좋았다.
‘최강’ 삼성은 밴덴헐크(13승·QS: 16경기)와 마틴(9승·13경기)을 비롯해 윤성환(12승·13경기)과 장원삼(11승·11경기), 배영수(8승·10경기)까지 탄탄한 선발진이 시즌 내내 제자리를 버텼다.
프로 2년차 NC는 외국인 투수 3명을 포함한 4명의 선발진이 맹활약을 떨쳤다. NC는 찰리(12승· 16경기), 에릭(8승16경기), 웨버(9승·11경기), 이재학(10승·13경기)까지 로테이션이 ‘착착’ 잘 돌아갔다. 극단적 ‘타고투저’시대의 도래에도 NC는 2000년 송진우 이후 처음으로 노히트-노런 주인공을 배출하기도 했다. 찰리는 지난 6월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원정경기에서 9이닝동안 무안타 7탈삼진 3볼넷 무실점을 기록,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 양상문 감독(가운데) 체제 이후 반전에 성공한 LG다. 류제국(좌)과 우규민(우) 역시 팀에 힘을 보탰다. 사진=MK스포츠 DB |
▲반전의 LG, 시작은 선발 마운드부터
올해 두 번째 노히트-노런 주인공은 한 명이 아니다. 지난 시즌 프로야구 사상 첫 ‘팀 합작 노히트-노런’이 등장했다. 신정락, 유원상, 신재웅으로 이어진 LG 투수들은 지난 10월 6일 잠실구장에서 NC 타선을 꽁꽁 묵었다. 상대에게 단 한 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으며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시즌초반 꼴찌로 추락한 LG는 시즌중 감독교체의 풍파까지 겪었다. 그러나 기대보다 걱정이 많았던 '양상문 LG'는 점차 안정세를 되찾았고, 끝내 시즌 최종일 4위로 포스트시즌까지 진출했다.
LG의 대반전에는 역시 선발투수들의 분발이 있었다. 시즌 중반 이후 마운드가 살아나면서 LG는 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포스트시즌에서는 기대에 못미쳤지만, 리오단은 LG의 반전 페넌트레이스에서 중심을 잡았다. 리오단(9승·QS: 16경기)을 비롯해 우규민(11승·13경기), 류제국(9승·10경기)도 제역할을 했다. 특히나 양상문 감독의 지휘 아래 LG 투수들은 확실한 역할 분담으로 더욱 똘똘 뭉칠 수 있었다.
▲한화-기아-SK 막판까지 ‘실망’
지난 시즌 투수들이 워낙 불방망이에 두들겨 맞았던 터라 시즌 초반의 선발진을 유지한 팀 조차 많지 않았다. 그중 한화, 기아, SK는 모두 시즌 초반부터 선발진이 무너지고 말았다.
나머지 중위권 팀들의 마운드도 많이 고생했다. 그러나 난국을 어떻게 타개하느냐에 대한 위기관리능력이 결국 각팀들의 최후 성적표를 갈랐다.
'타고투저' 광풍속에 선발을 구성하기가 어려웠다지만, 한화, 기아, SK는 선발진의 퀼리티스타트 경기 수도 제일 적고, 선발진도 들락날락거렸다. 한화는 초반부터 선발이 무너져 하위권을 맴돌았고, 기아는 시즌 내내 믿을 만한 선발이 양현종에 그쳤다.
밴헤켄과 밴덴헐크에 맞서 토종선발로는 그래도 김광현(SK), 양현종(기아)이 자존심을
그래서 더욱 더 이들 팀들은 내년 시즌을 대비한 선발진 육성이 큰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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