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9월 22일(06:07)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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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모처럼 활기를 띠기 시작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시장이 금융 당국의 엇박자로 인해 다시 침체에 빠질 위기에 놓였다.
금융위원회가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 지정감사 제도를 우회상장 법인으로 확대하기로 해 당장 내년부터 스팩과의 합병을 통한 상장을 계획한 피합병 법인은 지정감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외부감사 대상에 '주권상장법인과의 합병이나 주식의 포괄적 교환 등을 통해 주식회사의 주권이 상장되는 효과가 있게 하려는 경우'가 포함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기업공개(IPO) 활성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한국거래소는 이 제도 시행으로 스팩 합병에 타격이 올 것이라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지정감사 절차가 추가되면서 신속한 상장 및 인수·합병(M&A)를 필요로 하는 스팩의 장점이 사라지게 된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정부가 큰 틀에서는 증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실무를 담당하는 기관과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는 셈이다.
22일 금융투자(IB)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측에선 입법예고를 했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라며 "거래소는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사실상 손 쓸 수 없는 상태가 돼 반 년 쯤 뒤면 바뀐 제도가 시행된다"고 전했다.
분기 실적을 토대로 기업들이 감사를 받을 경우 당장 내년 4월부터 이 제도를 적용받게 된다. IB 업계와 거래소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스팩의 최대 장점인 '빠른 상장'이 불가능해지고, 감사 과정에서 합병에 대한 정보가 미리 새어나가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KB제2호스팩은 상장 후 약 한 달만인 지난 5월 케이사인과의 합병을 결정하고 오는 10월 코스닥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지정감사제가 도입되면 이처럼 신속한 상장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최소 4개월 이전에 지정감사를 신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합병까지의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중간에 정보가 유출돼 스팩이나 피합병 법인의 가치가 움직일 위험성에 노출된다는 것이 문제다.
거래소 관계자는 "합병에 대한 정보가 유출되면 스팩 주가나 피합병 법인의 기업가치가 움직인다"면서 "인수·합병(M&A)에서 가장 예민한 가격 조정에 실패하면 결국 합병이 무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IB 업계 관계자도 "스팩과 피합병 법인 모두 주주총회라는 절차를 거치도록 되어있어 감시 수단이 마련돼 있는데도 굳이 스팩의 장점을 퇴색시키는 지정감사를 도입할 필요가 있는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만 이에 대해 금융위 측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스팩만 예외를 둔다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제도 시행으로 감사 비용이 늘어나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2000만원이면 될 것을 지정감사를 받으면 4500만~5000만원으로 비용이 급증한다"고 말했다.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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