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자동차회사이자 고급 승용차의 대명사다. ‘고급’이라는 단어는 크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벤츠 콤팩트 쿠페 ‘CLA’와 콤팩트 SUV ‘GLA’는 이 같은 해석에 반기를 든 모델이다. “커야 고급스럽다” “커야 강하다”는 대물 콤플렉스에 한 방 날린 프리미엄 콤팩트 모델이다.
두 모델은 벤츠 A·B클래스처럼 전륜구동용 MFA(Modular Front Architecture)를 베이스로 만들어졌다. 구상 국민대 자동차·운송학과 디자인학과 교수의 도움을 얻어 작지만 강한 벤츠의 매력을 분석해봤다.
↑ 벤츠 CLA |
■벤츠 GLA
벤츠의 다섯 번째 SUV다. 벤츠 SUV에는 GLK, ML, GL, G가 있다. GLA는 가장 작은 모델이다. 전장 4417mm에 전폭 1804mm, 전고 1494mm로 스포티지나 투싼과 길이와 폭은 거의 비슷하지만 높이는 170mm 낮다.
승용차의 특성을 더 추구한 콤팩트 SUV인 셈이다. 차체의 면 처리는 승용차를 닮았다. 또 A필러에서 C필러까지 슬릭(sleek)한 흐름을 지향하면서 SUV보다는 승용차에 가까운 이미지를 보여준다.
크게 경사진 A필러를 비롯해서 앞 펜더에서 시작해 A필러와 B필러를 지나 뒤 휠 아치까지 연결된 드롭핑 라인(Dropping Line) 디자인은 최근에 등장한 벤츠 신형 S클래스와 C클래스 모델의 새로운 디자인 특징으로 자리잡은 조형요소다. 여기에 크게 경사진 C필러의 디자인 역시 최근의 S클래스와 C클래스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아치 안쪽에 검은색 플라스틱 프로텍터를 덧댄 것은 SUV의 기능성을 나타내는 스타일 요소다. 휠 아치와 바퀴를 커 보이게 강조해서 낮은 차체 높이와 대비되면서 차량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매우 건장한 모습으로 만들어준다.
도어 패널 아래쪽의 웨이스트 라인(waist line)은 직선으로 디자인하지 않고, 뒤 휠 아치 쪽으로 역동적으로 경사져 올라가면서 뒤 범퍼로 연결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 역시 SUV보다는 승용차의 디자인 감각이다.
앞모습은 최근의 C클래스 등에서 제시하고 있는 커다란 벤츠 배지와 두 개의 굵은 핀(fin)에 따른 스포티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LED 주간주행등(DRL)이 적용된 이형(異形) 헤드램프로 벤츠의 승용차 모델들과 패밀리 룩을 이룬다. 반면 범퍼 아래쪽의 에어 인테이크에는 알루미늄 재질의 틀을 만들어서 마치 오프로드 차량에서 노면으로부터 튀는 돌로 엔진을 보호하는 역할의 스키드 플레이트(skid plate)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SUV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 벤츠 GLA |
뒷모습은 범퍼를 통해 SUV의 인상을 강조하는 디자인을 채택했다. 뒷 유리와 테일 램프만을 보면 소형 해치백을 닮았다. 그러나 범퍼 아랫부분에 만들어진 디퓨저(defuser)를 연상시키는 디테일과 굵직한 사각형의 테일 파이프 등으로 소형 승용차가 아니라 SUV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런 식의 강렬한 디자인 이미지는 기존과 달리 파격을 추구하고 있는 벤츠 디자인의 성향을 잘 보여준다. 사실 벤츠 디자인은 전통을 이어가면서 럭셔리하고 안정적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벤츠 디자인은 이 같은 고정관념을 바꿀 때가 됐다는 것을 말없이 보여준다. 강렬하지 않으면 존재를 알릴 수 없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 벤츠 GLA |
■벤츠 CLA
신형 S클래스의 축소판 같은 이미지를 지녔다. 차체 측면의 캐릭터 라인 구성이나 A필러에서 C필러로 이어지는 그린하우스의 흐름,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전반적인 이미지 등은 신형 S클래스의 분위기를 그대로 지녔기 때문이다. S클래스 이미지를 유지한 스포티한 쿠페인 셈이다.
사실 신형 S클래스도 매우 스포티한 느낌을 지닌 고급승용차다. CLA는 도어 섀시(sash)가 없는 하드톱(hardtop) 구조의 차체로 스포티한 느낌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신형 S클래스보다 더 스포티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 뒷펜더를 거쳐 테일 램프까지 이어지는 또 하나의 캐릭터 라인을 추가했다.
라디에이터 그릴, 헤드램프, 후드 등 전면부의 경우 벤츠 다른 차종들처럼 최근의 안전규제인 보행자보호법을 적용하기 위해 디자인에 변화를 줬지만 세부 형태는 다른 구성을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오목한 흐름의 면으로 이루어진 그릴의 면 위에 마치 볼트의 헤드를 배치한 것처럼 보이는 작은 육각형 돌기들이 중앙의 벤츠 엠블럼을 기준으로 동심원처럼 보이도록 배치됐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후드의 분할선이다. 보행자보호 규제에 따라 그릴을 둘러싼 범퍼 구조물에서 거의 한 뼘에 이르는 폭을 띄워 설정된 후드 분할선이 헤드램프의 형태와 전혀 별개의 곡선으로 설정된 것이다.
↑ 벤츠 CLA |
벤츠 CLA의 스포티한 성격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은 시트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물론 뒷좌석까지도 모두 헤드레스트 일체형의 버킷(bucket) 시트를 적용했다. 형태로만 본다면 포르쉐 911 시트를 연상시킨다.
헤드레스트(head rest) 일체형 시트는 착좌감이나 후면 추돌 때 승객의 목 보호 성능 등에서는 뛰어나지만, 운전석에서의 후방 시야 확보나 뒷좌석 승객들의 전방 시야 확보에서는 불리하다.
벤츠 CLA가 이런 형태의 시트를 썼다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스포티한 주행성능에 초점을 맞췄다는 뜻이다. 한편으로 뒷좌석에 헤드레스트 일체형 버킷 시트를 적용했지만 중앙에도 좌석벨트를 마련한 것은 일반적인 5인승 세단의 실용성도 고려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쿠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실용성을 추구한 다재다능한 쿠페를 지향한 것이다.
[정리=매경닷컴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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