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이상철 기자] 하루 전날 하늘로 떠난 할머니를 위해 혼신을 다해 던졌지만, 이역만리 떨어진 손자에게 그 아픔은 컸다.
SK 와이번스의 외국인투수 로스 울프는 23일 두산 베어스와의 프로야구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이 예정됐다. 그런데 하루 전날 비보가 날아왔다. 할머니가 향년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것.
↑ SK 외국인투수 울프는 할머니를 잃었지만 그 슬픔을 참고 23일 마운드에 올라 혼신을 다한 역투를 펼쳤다. 사진(인천)=천정환 기자 |
그 우려대로였다. 심란한 마음에 울프는 1회 흔들렸다. 울프는 1번 민병헌과 2번 오재원을 연속 땅볼로 처리했지만, 8타자 연속 출루를 허용했다.
김현수 안타-홍성흔 안타-오재일 볼넷으로 만루 위기에 몰렸고, 이원석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았다. 이어 김재환에게 146km 빠른 공을 던졌다가 3점 홈런을 허용했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0-5.
울프는 안타와 사구, 그리고 2루수 실책으로 다시 만루 위기에 직면했다. 오재원을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1회를 마쳤다. 투구수는 41개였다. 남은 아웃카운트 1개를 잡기가 이렇게
그러나 1회를 넘긴 울프는 안정감을 서서히 갖췄다. 2회와 3회 볼넷 1개씩을 허용했으나 후속타 없이 무실점으로 막았다. 4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1회만 제외하면 나무랄 데 없는 투구였다. 심란함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그렇게 할머니를 기리는 그의 역투는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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