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인터뷰] 엄태웅 “엄포스보단 순둥이가 더 편하다”

성실하고 우직한 매니저 태식(엄태웅 분)의 꿈은 스타를 빛나게 만드는 사람이 아닌 스타이자 배우였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기회가 찾아오고 이를 계기로 간절히 바라던 배우의 꿈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높은 곳에 올라갈수록 태식의 욕망과 야망은 높아만 지고 최고의 자리를 위해 위태로운 생활을 이어가며 모두에게 그저 피하고싶은 사람으로 인식된다. 공포의 대상으로 변해가는 태식이 톱스타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어떤 일을 벌일까. / ‘톱스타’

[MBN스타 여수정 기자]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첫사랑에 대한 감정을 여전히 가슴 속에 안고사는 건축가 승민 역을 열연하며 첫사랑앓이 중인 남성들을 대변했던 배우 엄태웅이 이번에는 최고의 배우가 되기위해 때로는 섬뜩하고 당차게 때로는 비열하고 감정에 호소하는 태식 역을 맡아 1년 만에 스크린을 다시 찾았다.

엄태웅의 신작 ‘톱스타’는 배우에서 영화감독으로 변신을 알린 박중훈의 첫 감독데뷔작으로도 알려졌다. 박 감독의 작품이라는 타이틀에 엄태웅과 김민준, 소이현이 연기호흡을 맞춘다는 소식만으로도 ‘톱스타’를 향한 대중들의 관심은 뜨겁다. 극에서 엄태웅은 의리가 깊고 배우가 되길 희망하는 평범한 매니저로 살아가지만, 우연한 기회를 통해 원준(김민준 분)에게 무한신뢰를 얻고 이를 계기로 배우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원준의 적극적인 지원사격을 받으며 최고의 배우로 새로운 인생을 알린다.

엄태웅이 ‘톱스타’로 스크린에 등장했다. 사진=이현지 기자

순수했던 초반의 태식은 인기를 얻고 명성을 얻어 갈수록 탐욕과 욕망에 물들어 본연의 모습을 잊게된다. 이 과정에서 태식 역을 맡은 엄태웅은 순둥이와 엄포스 사이를 오가며 말 그대로 미친 연기력을 스크린에 담아낸다. 행복, 광기, 야망 등 극과 극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엄태웅은 자신의 연기력을 입증하고 있다.

“성격적으로는 순둥이가 더 편하다. 그러나 ‘톱스타’에는 순둥이와 엄포스 두 개의 특성을 표현할 수 있게 이야기가 잘 짜여있다. 박중훈 감독이 잘 아는 내용이고 배우와 제작진 등 모두가 함께 노력해서 잘 표현된 것 같다. 나는 엄포스보다는 순둥이에 가깝다. (하하)”

모두의 노력이 담긴 만큼 ‘톱스타’를 향한 엄태웅의 애정은 특별했다. 그는 “대중들이 영화를 잘 공감해주고 봐주길 바란다. 물론 태식에게 강한 공감을 해주길 바랄뿐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톱스타’는 화려한 배우들의 이면을 그린 영화이기에 다른 작품보다 극에 몰입하기 편했을 것 같다.

“그렇다. 내가 평소에도 하는 일을 하니까 상황이 겹친 부분도 있고 경험에서 나온 부분도 있어 편했다. 감독님이 잘 이끌어줘서 정말 편했다.”

엄태웅은 ‘톱스타’에서 극과 극의 반전연기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사진=이현지 기자

편했다고 강조하는 엄태웅의 말처럼 극에서 그의 모습은 정말 자연스럽다. 나쁜 행동을 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고 이는 자신이 악역이 아니라 주변상황이 그를 악역으로 내몰며 누구나 그 상황에 처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상상과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던 그를 이해하게 한다. 진지할 것만 같은 상황에도 웃음 포인트는 존재한다. 진정한 엄포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장면이 등장해 소소한 웃음을 안긴다. 이는 마치 ‘롤러코스터’ 욕쟁이 마준규로 분한 정경호의 파격변신을 넘나드는 변신으로 눈길을 끈다.

“나는 멋있는 줄 알았다. (하하) (웃음이라는)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와 놀랐다. 사실 촬영을 하면서는 몰랐다. 그 상황에 몰입해서 화보를 찍었다. 보통 화보에서는 다양한 콘셉트의 장면을 찍지않느냐. (하하) 아마 (나의) 안 보던 모습을 보니 웃음을 선사한 것 같다.”

단언컨대 ‘톱스타’ 속 엄태웅의 파격변신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기며 배역을 완벽하게 흡수하는 배우의 자세가 무엇인지 보여줄 것이다. 웃음을 넘어 모든 영화에 교훈이 있듯 ‘톱스타’에서 교훈이 있다. 다른 작품과 달리 관객 뿐 아니라 배우들에게도 강한 여운을 남기에 충분하다. 엄태웅은 어떤 교훈을 느끼길 바라고 있을까.

“‘톱스타’는 박중훈 감독님이 28년이라는 배우생활 동안 느끼고 본 것을 이야기로 담은 것이다. 이 이야기가 사람들이 욕심을 가지면 어떻게든 나중에 욕심 때문에 외로워지고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나 역시 교훈을 느꼈는데 행복은 어떤 목표가 아닌 그냥 순간순간 찾아오는 것 같다. 그러니 행복을 찾고 잘 챙겨놓는 게 중요하다. 나 역시 소소한 행복이 좋다. 관객들도 주위의 행복을 잡아두길 바란다.”

톱스타들의 모습을 통해 현재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작품인 만큼, ‘톱스타’는 교훈도 주지만 동시에 연예계의 이면을 담았기에 연예인 준비생에게는 특별하게 다가갈 작품이기도 하다.

“이는 성교육과 같다. 아이들은 성이라는 것에 대해 호기심이 있고 궁금해 한다. 성교육은 이를 알려줌으로 올바른 길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마찬가지로 ‘톱스타’도 연예인 지망생에게 좋은 모습만 보고 꿈을 꾸게만 하는 게 아니라 아닌 부분도 있지만 이런 일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생각보다 좋은 것만 있고 만만한 것은 아니구나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오히려 그 친구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엄태웅은 ‘톱스타’에서 최고를 꿈꾸는 남자 태식 역을 맡았다. 사진=이현지 기자

다양한 작품활동으로 존재감을 알리고 ‘1박2일’을 통해 옆집오빠같은 친근한 매력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배우 엄태웅을 ‘톱스타’를 시작으로 자주 만날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사실 ‘톱스타’를 끝내고 생각해본 작품은 없다. 단지 보고있는 것만 있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