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이 15세 매니저 소녀 웨이웨이와 한국 프로야구단에 입단해 슈퍼스타가 되어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낸 영화에서 서교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꾀죄죄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소녀다운 귀여움과 여성스러움을 풍겼다. ‘미스터 고’ 홍보차 한국을 방문한 서교를 9일 서울 중구 소공로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서교는 고릴라가 야구를 한다는 독특한 설정 때문에 김용화 감독의 손을 잡았다고 했다. “‘미스터 고’는 고릴라의 야구 이야기가 소재지만 사람과 동물의 관계, 또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표현하는 영화였어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운동을 소개하는 게 아니고, 감정을 전하는 영화니까 관객들도 좋은 감정을 느낄 것 같아요.”
이런 독특한 설정과 내용이 처음이라 참고한 작품이나 배우들은 없었다. 그는 “촬영 전에 항상 감독님이 찍을 신을 담은 애니메이션을 보여줬는데 그것으로 리허설을 했다”며 “표정과 대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혼자 많은 부분을 고민하고 해결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서교는 대사 중 많은 부분을 한국말로 소화한다. 자연스럽게 표현됐으면 하는 바람에 촬영 2~3개월 전부터 한글을 ‘학습’했다. 흉내 내기가 하니라 통역사한테 한국어 모음부터 자음까지 배우며 기초를 다졌고, 인사말 등 간단한 의사소통도 가능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지금 인터뷰 내용을 한 30%는 알아들어요. 쇼핑할 때, 또 일상에서 사용하는 용어도 웬만해서는 다 가능하죠. 그리고 극 중에서 제가 했던 대사는 지금도 다 기억하고 있어요.”(웃음)
서교는 “장쯔이는 중국에서 정말 대단한 배우인데 그렇게 칭찬해준 것을 무척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웃었다. 그는 “내가 20세가 넘었을 때 장쯔이를 능가한다는 말을 함부로 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연기 등의 면에서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6살 소녀는 여느 소녀들과는 조금 달라 보였다. 성숙하다고 해야 할까? 그 나이 때면 남자배우를 좋아하기도 할 법한데, 한국배우 중 같이 연기하고 싶은 배우를 묻자 여배우를 꼽는다.
“문근영씨를 굉장히 좋아해요. 드라마 ‘가을동화’를 인상 깊게 봤거든요. 연기 정말 잘하는 것 같아요. 문근영씨가 아역을 통해 국민 여동생 칭호 얻었다고 들었는데, 같은 아역 배우로서 친밀감이 느껴져요.”
중국에서도 인기 있는 원빈이나 장동건, 또 ‘미스터 고’에서 등장하는 일본 톱배우 오다기리 죠 중 좋아하는 이들은 없는지, 같이 연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지 묻자 예상외의 답변이 돌아온다.
“사실 한국 배우들을 잘 몰라요. 화면 속에서 본 적은 있지만 실제 아는 사람도 없고요. 오다기리 죠도 만나서 인사 정도만 나눴어요. 이번에 감독님께 먼저 캐릭터를 제안했는데 ‘개성있는 분이구나’라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이런 배우분들과 연기하고 싶으냐고요? 누구랑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기회가 오면 그 기회를 보긴 하겠지만요.”(웃음)
서교는 지난 2008년 주성치가 만들고 주연한 영화 ‘장강7호’로 중국에서 데뷔했다. 한국에서는 김용화 감독, 성동일과 호흡을 맞춰 처음 얼굴을 드러냈다. 중국과 한국의 시스템의 차이점이라든지, 주성치와 성동일과의 연기 호흡에 대한 비교를 부탁하자 또 술술 답한다.
“생활습관 등이 나라마다 다르긴 하지만 일하면서 다른 건 없더라고요. 주성치 감독님은 작은 배역에서 시작해 주연을 하셨고, 감독까지 하신 대단한 분이에요. 성동일 선생님은 노력을 정말 많이 하시는 배우 같아요. 이 배역을 맡기기에 최고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김용화 감독님은 대본도 쓰고 촬영에도 참여하며, 연기 지도까지 해주는 모습을 보고 재능이 많은 분 같았죠. 다들 프로정신을 발휘하시는 것 같아요.”
가상의 고릴라와 연기 호흡을 맞춘데 대해서는 “영화에서는 고릴라지만 대역을 하시는 분이 있긴 했다”며 “그 분이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해 서로 즐겁게 촬영했다”고 회상했다.
서교는 8월 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할리우드 진출 목표는 아니다. “사립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대학교에서 영화와 관련된 공부를 하고 싶다”는 그는 “연기를 쉬는 건 아니다. 방학 때마다 집에 돌아올 것”이라며 “그때마다 운이 좋아 좋은 기회가 생기면 작품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로서 외모만 예쁘고 머리가 텅 빈 배우라는 평가를 들으면 속상할 것 같아요. 내면을 가꿔 속이 꽉 찬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게 제가 미국에서도 공부하고 싶은 이유랍니다.”
서교는 이번 작품을 통해 한국에도 많은 팬이 생길 것 같은데 어떤 평가를 들었으면 좋겠냐고 물으니 “‘귀엽다’나 ‘예쁘다’는 평가를 받으면 좋다”면서도 “하지만 극 중 웨이웨이는 예쁘고 귀엽게 나오는 역할은 아니다. 내 역할 자체를 좋아했으면 하고, 내 연기에 대해 좋은 말을 해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또 “중국에서도 ‘아바타’ 흥행 이후 3D를 향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미스터 고’가 잘 돼 흥행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한편 ‘미스터 고’는 지난 4년 여 동안 400여 명의 스태프가 참여해 아시아 최초의 입체 3D 디지털 캐릭터 링링을 완성해낸 것은 물론, 국내 영화 최초로 3D 리그 카메라 촬영을 시도해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의 활약을 리얼하고 역동적으로 담아냈다. 순제작비만 225억 원이 들었다. 중국 3대 메이저 스튜디오 중 하나인 화이브라더스가 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