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끝자락에 새롭게 개조한 한옥이 나온다. 명패에 드러난 집 주인의 이름. 안주인과 나란히 적혀있다. 큼직한 돌 바닥을 지나 드러나는 아담한 정원. 사뿐한 처마 자락과 어울려 도시생활에서 느끼기 힘든 풍취를 내뿜는다. 지난 6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강남 논현동 자택 대신 새로이 마련한 거처다. 1 박 2일의 호남 탐사를 위해 이 시장이 집을 나선다.
지방을 탐사할 때는 중소기업을 중점적으로 찾는 이 시장.
인터뷰 - 이명박 전 서울시장
-" 광주에 있는 공장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지역별 특성이 있다. 호남지역은 경제가 더 어렵다.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보려고 한다.
서류 가방을 직접 챙겨 드는 모습이 정치인보다는 오히려 CEO에 더 가깝다.
시간이 조금 촉박했지만 지나치며 만나는 시민들과의 인사는 거르지 않는다. 이 시장은 VIP 전용이 아닌 일반인들의 탑승구를 이용했다.
한나라당의 불모지 광주. 한영 최고위원을 비롯해 광주•전남 시도당 관계자들이 대거 마중을 나왔다. 여기에 중앙•지방 언론사 취재진들까지, 이 시장의 무게감이 새삼 느껴진다. 산업단지를 방문하기 위해 내려왔지만 영호남의 지역감정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인터뷰 - 이명박 전 서울시장
" 광주서 한나라당 국회의원 당선시켜주고 대구에서 민주당 당선시켜주고 그러면 아주 좋죠."
첫 방문지는 하남산업공단. 이 시장의 지방 방문 때면 언제나 동원된다는 9인승 승합차.
어느새 작업복으로도 갈아 입었다. 유력한 대권후보지만 아직은 자연인 이명박. 호칭이 헷갈린다.
" 시장님 명칭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직책이 없습니다. 20 몇 년 회장 소리 듣다가 의원 소리 잠깐 듣다가 시장 됬다가. 뭐라고 부르셔도.."
" 그래도 시장님이 제일 편하시죠."
청계천 복원 애기도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다.
인터뷰 - 이명박 전 서울시장
" 노무현 대통령 한게 없다고 하더니 이거 하나는 잘 해놨네 하더라구."
" 외국 관광객이 오면 패키지에.. 관광코스가 변했다고."
내친김에 한반도 대운하 계획도 홍보한다.
인터뷰 - 이명박 전 서울시장
" 유럽의 물류량의 4분의 1은 운하로. 운반비는 3분의 1도 안 들고 친환경적이고 개발이 잘 돼 있다. 그만큼 도로가 여유가 없어지고, 지역간 정서도 없어진다."
30 여년에 가까운 기업체 생활. 아직까지 경영인들과의 대화가 더 편하다.
인터뷰 - 이명박 전 서울시장
" 저는 여러 가지 일을 해봤지만 역시 기업인을 만나서 얘기하는 것이 제 본업이 아닌가 생각하고, 기업하는 사람들이 존경받고 활기차게 일하고 싶은 분위기를 국가가 만들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생각."
역시나 낙후된 호남 산업에 대한 어려움과 불만이 쏟아졌다.
* 간담회 참석자
" 현재 지역감정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만들었어요."
인터뷰 - 이명박 전 서울시장
" 동의합니다."
그렇다면 이 시장이 구상하는 호남 발전 계획은 무엇일까. 이 시장은 먼저 감정의 골을 줄이는데 주력했다.
인터뷰 - 이명박 전 서울시장
" 대답하기 힘들어요. 대답 잘못하면 문제가 생기거든요."
" 광주가 왜 이렇게 됐느냐. 지난 간 건 잊어버리고. 앞으로 미래만 생각하자. 경제논리로 가면 10년 안에 굉장한 변화가 올 것이다."
짧게 공장을 둘러본 이 시장은 공단 내 구내 식당으로 향했다. 먼저 식사하라는 권유를 마다하고 직접 식판을 들고 줄을 선 이 시장.
인터뷰 - 이명박 전 서울시장
" 맛있는 거 많이 했네"
" 오신다고 해서 맛있는 거 많이 했죠"
잠시 쉬는가 싶더니 이 시장은 또 다시 차를 돌려 목포로 향했다. 1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곳은 선박 블록 업체인 서해중공업. 간담회 참석자들이 간혹 전문용어를 사용하며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이해하는데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현실적인 처방책을 내 놓는데도 자신감이 묻어난다.
인터뷰 - 이명박 전 서울시장
" 목포 산업 단지의 포괄 예산으로 지원해야 한다 영암군에. 영암군은 그 예산을 이것 이것 하는데 쓰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호남이 산업이 안 되는데 몇 가지만 바꿔줘도 잘 되 는데 이 기초적인 것을 가지고 얘기 듣는 것 처음이다. 한달 내에 해결해 줘야 한다."
참석자들이 사업하는데 기본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자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인터뷰 - 이명박 전 서울시장
" 미안해요. 여러분과 이야기 하는 가운데 이걸 들으면서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낀다. 기업하겠다고 사람 고용하고 세금 내고 사업하는 사람에게 대단히 부끄럽다. 이걸 미리 알았으면 부끄러워서 안 왔을 것 같애"
생산현장 한 곳을 더 둘러본 이 시장. 예정된 일정이 마무리될 시점. 일행을 실은 차가 갑자기 남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전라남도 측이 급하게 요청해 이뤄진 서남해안 관광 레저형 도시 현장 방문이다.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빈틈 없이 빡빡하게 진행된 일정. 65 살이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쉽지 않은 일정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지친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부하직원들 꽤나 괴롭혔을 만한 체력이다. 주변사람들의 평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상득 / 국회부의장(이명박 전 시장 형)
" 한마디로 하면 일은 대단히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대단히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오너 아니고 CEO는 그렇게 하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다."
그러다 보면 가족과 보내는 절대적 시간은 모자라기 마련.
이상득 / 국회부의장 (이명박 전 시장 형)
" 참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공직을 사회를 위해 일을 많이 하겠다고 하면 불가피 하다고 생각했다. 내 동생이 이사했는데 3-4달 됐나, 가보지도 못했다. 사사로이 가서 입택 선물 들고 가서 그런 거 안 한지가 오래 되서."
딱딱하고 차가울 것 같은 인상은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정두언 / 국회의원(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 대운하 탐사하면서 문경 캠핑하는데 텐트를 도로 옆에 쳐서 잠도 못 자고. 화장실 없으니까 옆에서 둑에서 방뇨하는데 누가 옆에서 계세요. 같이 방뇨를 하는거야. 시장님이 옆에서. 굉장히 자연스럽다. 그런데 이런 얘기해도 되나“
자신의 성공을 신화처럼 규정하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는 이 전 시장. 전국 정책 탐사를 통해 국내 구상을 마친 이 시장은 이제 해외로 눈을 돌려 외국 현장 탐사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