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빼고는 스릴러나 액션이 대부분이에요. 대본을 받아보면 캐릭터가 모두 다 세요. 영화 속 주인공을 평범하게 쓰는 시나리오 작가는 없잖아요. 캐릭터가 돋보이는 것 때문에 많은 분들이 제가 이런 역할들을 일부러 고른다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웃음)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속 루게릭병 환자 캐릭터가 깊이 새겨진 탓인지 이후 김명민이 연기하는 역할은 모두 갖가지 고생을 감내하는 것 같고 힘들어 보였다. 5일 개봉 예정인 영화 ‘연가시’(감독 박정우)에서 살인 기생충 연가시에 감염된 가족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장 재혁 역시 마찬가지다. 치료약을 구하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페이스 메이커’, ‘파괴된 사나이’에서 힘들게 뛰어다닌데 이어, 육체적 고생이 온전히 전해진다.
“화가 나긴 했지만 ‘빨리 끝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죠. 좁은 공간 속에서 화염이 올라오는데 뜨겁더라고요. 처음 한 번은 감독한테 ‘우리 죽을지도 모른다’며 ‘불 좀 낮춰 달라’고 했는데 정말 조금만 낮췄더라고요. 감정 신이었는데 또 감독에게 뭐라고 하면 연기 흐름이 깨질 것 같아 그냥 촬영했어요. 화를 내면 다음 장면에서 마인드 컨트롤이 안 될 것 같아 일단 연기에 몰입했죠.”
이 정도면 ‘혹사 전문’ 배우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연기 정말 잘 한다’는 평가를 뛰어넘어 자신을 괴롭히는데 희열을 느끼는 건 아닐까. 자신이 맡은 배역을 위해 정말 지독하다 싶을 정도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는 이번에도 역시 ‘명민본좌’의 아우라를 전한다.
하지만 김명민은 “이번에는 과욕을 버리고 아이 아빠라는 감정 하나만 갖고 가자는 생각을 했다”고 강조했다. 가정에서 아이와 함께 장난을 치며 논다는 그는 촬영 현장에서도 살갑게 아이들과 호흡을 맞췄다. 덕분에 아이들과 수월하게 촬영했다. 아내로 나오는 문정희와도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서로 역할 분담을 제대로 했다”며 “문정희는 진짜 엄마 같았다”고 웃는다. 동생으로 나오는 김동완에게는 어떤 평가를 내려줄까.
앞서 김동완은 언론시사회에서 영화 ‘돌려차기’ 이후 8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부담감 보다는 김명민과 함께 한 부담감이 컸다고 한 바 있다. 김명민은 “부담을 준적도 없고 동완씨가 말은 그렇게 했어도 부담 없이 연기를 한 것 같다”며 “진짜 동생 같으니깐 자연스럽게 얘기하고 편하게 연기했다”고 회상했다. 물론, “영화에 피해가 안 가도록 잘해야겠다는 부담은 누구나처럼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억울하진 않아요. 다른 영화들보다 조금 더 고생한 것은 맞지만 다들 비슷한 수준이에요. 심적으로 고생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그 영화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볼 수 있죠. 솔직히 ‘페이스 메이커’는 오랜 시간 투자를 해 기대를 했는데 잘 안 돼 아쉽긴 해요. 마라토너의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이 힘들었거든요.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고 믿는 편이라 기대를 많이 했죠.”
하지만 조금 흥행이 부진해도 크게 자책하지는 않는다. ‘왜 실패했을까?’를 생각해보긴 하나 자신 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모두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다음에 연기하기 힘들어요. 다행히 제가 소심한
한편 현재 지방에서 영화 ‘간첩’을 한창 촬영 중인 김명민은 9월부터 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으로 안방극장에도 복귀를 예정하고 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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